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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욕하면서 단일화가 될까?

등록 2016-04-01 19:16수정 2016-04-01 19:26

13일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산업단지길 한 공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4일 이전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3일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산업단지길 한 공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4일 이전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시간이 없다. 짧게는 사흘, 길게 보면 열하루가 남았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마감 시한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일화 효과는 비누 닳듯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4일 이전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유권자들은 투표일 당일 단일화 결과로 물러나는 후보자 이름에 ‘사퇴’라고 적힌 투표용지를 받아볼 수 있다. 비중은 적지만 사전투표(8~9일)는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발급되기 때문에 7일까지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투표용지에 ‘사퇴’ 인쇄가 가능하다. 마지막 마감은 투표일 전날인 12일. 이때까지 단일화가 될 경우엔 투표소에 후보 사퇴 안내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게시물이라도 붙는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너무 늦다. 단일화가 늦어져 직접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끼친 사례는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때 서울 동작을 선거다. 당시 선거에선 무효표가 1403표 발생했는데, 이 중 1180표가 사전투표일 하루 전인 7월24일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 기호 2번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돌아갔다. 기 후보가 1·2위 득표를 한 나경원-노회찬 후보의 표차 929표를 웃도는 ‘무효 득표’를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강도와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단일화는 후보들이 알아서 하라’는 게 기본 기조다. 당대당 야권연대가 이뤄지려면 후보를 정하는 공천 과정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어차피 당대당 야권연대가 안 된다면 후보들의 자발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양쪽 지도부는 후보들끼리라도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만한 분위기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달 초 ‘야권통합론’을 깜짝 제안하면서 야권재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결과적으론 관계 악화였다. 안 대표는 야권통합론에 대해 “한 손으로 협박하고 다른 손으로 회유한다”며 “비겁한 정치공작, 막말정치, 갑질정치, 낡은 정치”라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김 대표는 통합을 얘기하면서도 안 대표를 “대권 때문에 당을 나간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야권통합론은 한참 들끓어오르다가, 구멍난 축구공처럼 피시식 쭈그러들었다. 야권연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국민의당에 부정적 언사를 쏟아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국민의당은 이미 실패했다”고 단정했고, 안 대표를 향해서도 “현상적으로는 만나고 많이 공감하고 합의도 잘되지만 돌아서 보면 합의가 아닌 거다. 속생각을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는 사이 야권분열은 야권 지지자들의 분열도 낳았다. 2일 보도된 <한국일보> 조사를 보면 2월25일 나온 1차 조사와 비교해볼 때, 더민주 지지층은 야권연대에 대한 긍정 평가가 53.5%에서 66.9%로 높아진 반면, 국민의당은 부정적 평가가 45.7%에서 59.2%로 늘었다.

이유주현 정치에디터석 정치팀장
이유주현 정치에디터석 정치팀장
국가간, 남북간 협상 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협상이 기본적으로 말의 경쟁이라고 한다면 협상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는 “협상의 성공 여부는 상대를 없어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정하느냐, 어느 한쪽의 일방 양보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기라는 것을 인식하느냐, 협상 이전까지 신뢰를 쌓아왔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협상론의 관점에서 볼 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서로에게 협상의 명분도,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 더 높은 경쟁력을 무기로 밀어붙이는 더민주는 폭력적이고, 이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국민의당은 외곬의 길을 가고 있다.

이유주현 정치에디터석 정치팀장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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