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주현 국민의당 전 사무부총장이 16일 오전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에 대해 28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왕 부총장은 지난 총선 당시 당 비례대표 홍보물 제작 실무를 총괄하면서 공보물 인쇄업체와 광고대행업체 등에 리베이트를 요구한 뒤 당이 지불해야 할 홍보비용을 대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총선 당시 사무총장)에게 향하는 가운데 총선 당시 박 의원과 손발을 맞췄던 왕 부총장의 구속이 확정되자 국민의당은 ‘패닉’에 빠졌다. 당내에선 국민 여론을 의식해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출당 조처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27일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왕 부총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피의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자정을 넘긴 28일 새벽에 영장을 발부했다.
왕 부총장과 공모해 업체 간 허위계약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선숙 의원도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 의원은 “기대하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홍보 업체 간 금전거래와 관련해 당 차원의 사전 지시나 보고가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업체들 사이에 오간 돈이 당에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세를 바짝 낮췄다.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오늘 소속 의원 한 분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주요 당직자 한 분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당헌·당규가 기소만 돼도 당원권을 정지시키도록 돼 있는데 국민정서는 상당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어 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이라며 출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법부 판단을 기다릴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당이 선제적으로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당내 호남 의원들의 뜻과, 당헌·당규에 규정된 ‘기소 시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 조처가 공천을 앞둔 시기가 아니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이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기소와 동시에 출당을 시켰다가 사법부의 무죄 판결이 나오면 복당시키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탈당이 아닌 출당의 경우 의원직이 유지된다.
이세영 박수진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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