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항사진기자단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활동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선언하며 대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 등을 강력히 부인하고 ‘왜곡·폄훼’라며 역공을 폈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따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게 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일으켜 세우겠다.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상황을 ‘총체적 난관’이라고 규정하고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야권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두 겨냥했다. 그는 “사회 지도자, 이들이 모두 이제는 책임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그리고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3만달러 수수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정치 참여를 통해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의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폄훼하는 내용들”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명예, 또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치받았다. 또 “저의 귀국에 즈음해서 제 개인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떠돌고 있지만, 모든 것이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 50여년간 일하면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미국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서는 “가까운 친척이 그런 일에 연루가 돼서 개인적으로 민망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13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을 신고할 예정이다.
야권은 귀국한 반 전 총장을 향해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만약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철학, 자질, 능력, 도덕성이 될 것”이라며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명성과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국민의 검증대에 오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동생과 조카의 비리 혐의, 박연차 스캔들 등 본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윤형중 기자 nowher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3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