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왼쪽)이 23일 오전 자신이 노동자로 일했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오리엔트 시계공장 마당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에 앞서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어머니 구호명(87)씨를 끌어안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소년 노동자가 오늘 바로 그 참혹한 기억의 공장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선언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머리 뒤로 공장 굴뚝이 길게 솟아 있었다. ‘오리엔트’. 굴뚝엔 15살 소년 이재명이 도금용 화학물질 때문에 후각을 잃어가며 돈을 벌었던 시계공장의 이름이 덧칠돼 있었다. 36년 만에 공장을 다시 찾은 이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모습을 근무중인 노동자 몇몇이 작업복을 입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시장의 출사표는 화려하지 않았다. ‘변방 사또’에서 출발해 ‘약자의 편’이길 자처하는 이 시장다운 출정식이었다. 월요일 아침 영하 10도의 칼바람을 뚫고 성남의 구석진 공장을 찾은 지지자는 200~300명에 지나지 않았다. 정성호·김영진·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기준 전 민주당 의원, 실무자들 몇몇이 현장을 찾았을 뿐 대부분은 이 시장의 열혈 지지자 그룹인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었다.
이날 행사의 열쇳말은 ‘가족’이었다. 노래 ‘대한민국 헌법 1조’가 흐르는 가운데 공장 마당으로 걸어나온 이 시장은 먼저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찾은 노모를 끌어안았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고된 밭일로도 자식들 먹여살리기 어려워 약장사에 밀주까지 팔면서 삶의 무게에 부엌 구석에서 몰래 흐느끼시던 어머니”라며 박수를 청했다. 이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누나, 청소회사 직원인 둘째 형,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남동생, 아내 김혜경씨와 두 아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그와 불화설을 빚은 ‘셋째 형’이 불참한 것을 언급하며 “안타깝게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