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왼쪽)이 23일 오전 자신이 노동자로 일했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오리엔트 시계공장 마당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에 앞서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어머니 구호명(87)씨를 끌어안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공식 출마선언에서 ‘공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약자를 위한 대통령’을 약속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외연 확장을 시도하며 ‘중도’로 무게중심을 옮긴 가운데 진보적 정책 노선을 선명히 한 것이다.
이 시장의 정책구상은 ‘경제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이를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이라고 명명했다. 1930년대 적극적인 구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본떠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핵심은 공정경제질서 회복, 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 증세와 복지 확대이며, 가계소득 증대로 경제선순환과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10%의 국민이 대한민국 전체 연소득의 48%, 자산의 66%를 갖고 국민 50%가 연소득의 5%, 자산의 2%를 나눠 갖는 이 극심한 불평등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이 시장이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전국민 기본소득제’ 도입이다. 이 시장은 “국가예산 400조의 7%인 28조원으로 29살 이하와 65살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명에게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보유세를 만들어 전국민에게 30만원씩 토지 배당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해에 1차로 청년, 노인층 등에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 뒤 2차로 전국민에게 연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역화폐(상품권)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560만명 자영업자를 살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며 이미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으로 성공한 정책”이라는 게 이 시장의 설명이다.
이 시장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한주 가천대 교수(경제학)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부정적인 비유로 쓰이지만, 실은 동상부터 풀린 뒤에 다음 조처를 취하는 게 순서”라는 말로 기본소득제의 절실함을 설명한다. 이 교수는 “지금은 국민소득이 너무 없어 응급조처가 필요한 때다. 복지를 단순화하고 확장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기본소득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입장에 선 복지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제의 실현가능성은 재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4대강 사업에서 보듯 예산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확보 가능하다. 실현가능성은 정치적 차원에 달려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 시장 본인이 복지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족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얼마나 설득력 있게 불평등, 빈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영역에서도 이 시장은 ‘강단’과 ‘주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 관계는 발전시키되 과도한 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에는 축소 요구로 맞서고, 경제를 해치고 안보에 도움이 안 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배치에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을 두고 “힘든 일 하라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준 것”이라며 “사드 배치는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등 자국중심주의의 ‘강한 지도자’들이 둘러싼 한반도에서는 강단과 주체성이 분명한 지도자만이 원칙과 국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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