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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빽’ 동원한 부정입사자 해고 안된다고? “응징해야지요”

등록 2017-09-26 07:31수정 2017-09-26 23:19

채용비리 제보자, 부조리에 분노
강원랜드 청탁 입사 80% ‘재직중’
중진공 4명중 3명도 불이익 없어

“저 시험 봤어요” “해명을 왜 하죠?”
정작 부정입사자들은 ‘당당’
# “전 시험보고 들어왔고 (청탁 경위 등) 저한테 물어보실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제 문제고요.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지난해 대한석탄공사에 부정입사한 박아무개(여)씨. 지난 22일 <한겨레>와 한 짧은 인터뷰. 감사원 감사 결과, 2016년 신입공채 당시 직무 필기시험에서 과락(평균 60점 미만, 각 과목 40점 이하)이었는데 최종합격자로 이름 올렸다. 당시 백창현 기획관리본부장(지금은 사장)과 원종선 경영지원실장 등이 힘써 과락 대상자의 ‘일부’를 면접전형에 올린 덕분이다. 박씨가 지원한 재경분야 과락 응시자 18명 가운데 ‘구제’된 10명의 평균 점수는 43.8점이었다.

박씨가 ‘일부’에 선별된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사원은 이달 초 ‘석탄공사 신규채용 부당처리’ 감사 결과에 추정할 근거만 담았다. 박씨는 앞선 2014년 이 회사 청년인턴 선발 때 제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원종선 실장의 지시로 서류전형 탈락(362명 중 265위)에서 15위로 뛰어 통과했으나 면접에서 결국 탈락한 바 있다. 당시 권혁수 사장의 조카는 점수 조작 뒤 최종합격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그때도 지금도 이 회사 노조지부장(한국노총 산하)이고, 박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영지원실 재직 중이다.

# “제가 왜 해명을 하죠. 차후에 어떤 일이 있건 알아서 쓰시면 되는 거니까.”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기사는 본인이 알아서 쓰는 것이고….” 2013년 강원랜드에 부정입사한 박아무개(남)씨는 지난 8월11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2012년 말 신입공채 때 서류전형 탈락 점수를 받았다 누군가 6점을 더해줘 구제됐고, 2차 인적성 필기시험에선 4.6점(10점 만점)으로 또 탈락 위기였으나 최흥집 사장이 “2차 전형 결과는 면접 참고자료로만 사용하라”고 지시한 덕에 다른 여러 응시자들과 함께 거듭 살아났다. 박씨는 그때부터 현재 국내 유일 내국인 상대 카지노의 딜러다.

이것은 ‘신의 직장’이라 통칭되는 국내 공기업에 부정입사한 두 명의 ‘오늘’만을 말하지 않는다. <한겨레>는 지난 7월말부터 ‘공공기관 채용비위’를 주제로 탐사취재하며 숱한 부정입사자를 접촉했다. 시인하는 이를 만나긴 어려웠다. 대개 기억에 ‘합격’ 두 글자만 있는 듯했다.

2012~13년 강원랜드 공채신입 가운데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을 포함한 외부 유력자 등의 청탁 대상자로 분류된 이들의 80%가 현재 재직 중인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파악됐다. 당시 합격한 518명 가운데 493명이 내외부 청탁으로 선발 초입부터 “별도 관리”되었다. 박씨를 포함해 이들 중 최소 391명이 현재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정청탁으로 유명해진 중소기업진흥공단. 2012~13년 당시 다른 국회의원들도 합격자 자료에 흔적을 남겼다. 이를 통해 부정입사한 4명 가운데, 최 의원 청탁 대상자였던 황아무개씨만 언론 보도 이후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3명(75%)은 근무 중 이상무. 청탁자가 유명해 드물게 ‘피해자’가 나온 정도다.

청년참여연대, 민달팽이 유니온, 우리미래, 강원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강원랜드 부정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청년참여연대, 민달팽이 유니온, 우리미래, 강원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강원랜드 부정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러한 부조리는 부정청탁·입사가 명백해도 응시자에 대한 책임을 묻긴 어려운 법상 한계 탓이다. 공공기관에서, 심지어 점수 조작이 있대도 마찬가지다.

강원랜드의 ‘인사규정 시행세칙’은 “응시자가 부정행위를 하였을 때 (…) 부정 사실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합격을 취소한다”고 못 박고 있다. 석탄공사 ‘인사규정’은 “사상 불온 또는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를 채용 결격자로 배척한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부정입사자의 채용 취소가 이뤄진 적은 전무하다. 지난 7~8월 강원랜드가 받은 외부 로펌의 법률자문(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은 “부정채용 행위가 조직적·대규모로 이뤄지고, 외부 유력인사들이 관여했던 걸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민법 103조)로 채용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공모 사실 미확인, 선의로 입사해 성실히 근무할 경우 등의 이유로) 채용 취소, 징계면직, 승진·포상 제한 등이 어렵다”고 결론 냈다.

인사혁신처 한 관계자는 “국민 법감정으로 보면 채용 취소가 맞지만 국가공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그 경우까지 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민 법감정은 무엇일까. 50대로 보이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한 제보자가 <한겨레>에 한 말이다. “그이들 해고가 안 된다고요? 실력으로 하려던 아이들은 떨어졌는데. 그런 개 같은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남긴 문자. “응징해주십시오.”

청탁 채용이 난무하는 세계는 결국 청탁에 기댈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청년 대부분을 죄인 내지 피해자로 만든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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