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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회의원 빽” 폭로하자 되레 ‘입막음’ 주의조치

등록 2017-09-29 05:00수정 2017-09-29 09:29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중앙의료원 내부고발자의 좌절

절차 어기고 ‘금배지 며느리’ 특채
자체감사선 겉핥기 조사로 ‘면죄부’
내부고발자엔 적극 법률검토 뒤 불이익
의원 출신 현 안명옥 원장도 부정채용 의혹

‘국회의원인 시어머니 청탁으로 의사 김○○이 2011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사했다.’

사건 발생 5년 만에 내부고발. 고발자에게 돌아온 것은 격려의 박수가 아닌 따가운 눈총이었다. 이 병원이 자체 진행한 감사는 피고발자에게 면죄부를 주듯 절차는 형식적이었고 결과도 그랬다. 고발자는 되레 ‘주의’ 조치를 받았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본보기였다.

내부고발은 왜 이리 어려운가. 지난해 9~11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있었던 좌절된 내부고발을 되짚었다. 의료원은 연간 외래환자 수 30여만명에 의사·간호사 등 1000여명이 근무한다.

지난해 9월5일 공공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내부망에 한 건의 글이 올라왔다. 2011년 의사 김아무개씨의 부정채용과 이후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지적한 글이었다. 일주일 뒤 병원은 임시특별감사반을 꾸려 감사에 나섰다. 28일 <한겨레>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이 감사 결과 보고서와 조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핵심은 국회의원인 시어머니의 채용 청탁이었으나, 병원 감사반은 사실상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당사자 김씨에게 “시어머니가 국회의원이 맞느냐”고 물어본 것이 전부였다. “네, 최경희 (전) 의원입니다.” 거기까지였다. 사건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이었던 김씨 시어머니, 최경희 의원은 채용 공고 열흘 전인 2011년 5월31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소망하던 ‘국립중앙의료원 설립 및 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원이 써온 건물 등을 소유자인 정부가 의료원에 무상 양여(인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홍순 당시 의료원 부원장은 <한겨레>에 “우리가 법인 재산 부분에 대해 여러 사람(국회 보건복지위원)에게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감사팀은 이런 배경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채용 계획에 이은 공고와 절차에서도 큰 결함이 있었다. 애초 계획엔 마취과 포함 5개 분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내려 했지만, 실제 공고에선 마취과를 제외했다. 이후 병원은 마취과 의사 김씨를 ‘특채 방식’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김씨는 전문의 채용 자격 요구 조건인 ‘전임의 1년 경력’을 갖추지 못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임시특별감사반 보고서는 “당시 간부진(원장, 부원장) 지시에 의해 전임의 경력 없는 마취과 의사직 면접을 진행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감사반은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최경희 의원과 의료원 박재갑 전 원장, 이홍순 전 부원장 등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기본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관리감독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전임 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이 연루된 부정채용 의혹 문제를 해당 기관에 맡긴 채 방관했다. 현장조사 명분으로 단 하루 두 명의 실무자가 의료원을 방문해 사건 당사자 몇몇을 조사한 게 전부였다.

내부고발 내용을 겉핥기 식으로 조사한 병원은 내부고발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하고, 관련 규정을 적극 해석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등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가 나왔지만, 병원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을 이유로 내부고발자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절차를 어긴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강령 33조를 보면, ‘누구든 임직원이 강령 위반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원장 또는 국민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병원은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로 해석해 내부고발을 문제 삼았다. 사전에 원장 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걸 트집잡은 것이다. 주의 조치는 징계는 아니지만 ‘처분 뒤 1년 이내 포상이나 해외연수 선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다. 내부고발 당사자는 물론 잠재적 내부고발자가 될 수도 있는 다른 직원들에 대한 경고였다.

최 전 의원은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며느리가 채용된 뒤에야 채용 사실을 알았다. 박재갑 원장과 사전에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고, 서울대를 나온 의사 김씨도 “당시 원장님이 서울대 출신 인력을 뽑으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청탁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의료원 현직 원장도 부정채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7대 국회의원(옛 한나라당) 출신인 안명옥 원장은 지난해 친동생을 운전원으로 특별채용해 보건복지부로부터 ‘편법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남아무개씨를 2015년 계약직(진료행정실장)으로 특별채용한 뒤 내부 직원만 참여한 면접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지적받았다.

그래도 국립중앙의료원 내부고발자는 또 다른 내부고발자인 권태형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이나 황재하 대전도시철도공사 경영이사보다 낫다. 이들은 두 기관의 채용 부정을 내부고발한 뒤, 회사로부터 각각 직위해제와 해고 조처를 당했다. ‘당신도 책임 있는 거 아니냐’는 회사 내 비판도 따라왔다. 특히 권 전 실장은 채용 부정을 주도한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같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법정에서 내부고발에 대한 정상참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내부고발이 쉬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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