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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제왕적 대법원장 ‘사법관료화’ 초래…“권력 분산” 거센 여론

등록 2018-03-08 21:19수정 2018-03-09 10:23

[새로 쓰는 헌법 2018] ⑥ 사법
※ 누르면 확대됩니다
정치권 개헌 논의에서 사법 분야는 주요 의제에서 밀려 있다. 반면 시민들은 ‘전관예우’라는 말로 통칭하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떨치지 못하고, 법조계에선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말로 압축되는 사법관료화 심화를 우려한다.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헌 방향도 이 두 가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 대법원장 인사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현행 헌법에서 대법원장이 가진 인사권은 말 그대로 제왕적이다. 우선 자신의 임기 내에 바뀌는 대법관 전원에 대한 제청권을 갖는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은 임기 6년 간 13명의 대법관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 이전 대법원장들도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된 인사를 포함한 복수의 인사를 제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전국의 모든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전보·승진을 결정한다. 이런 수직적 인사 구조에서 판사들의 정치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판사 블랙리스트’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권도 갖는다.

‘초강력’ 대법원장 권한
대법관 제청권 등 인사권 막강해
판사 ‘블랙리스트’-줄세우기 위험
‘추천위 가동’ 통한 견제 공감대
헌법재판관 다양화 요구도 커져

그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등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여야 모두 대법원장 인사권 축소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대법원장으로부터 제청권·지명권 등을 회수하고, 대신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를 각각 구성해 제청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합의한 개헌안은 ‘대법관·헌법재판관은 추천위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추천위 구성 방식과 정치적 중립성 및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더 필요하다.

국회 개헌특위 및 자문위원단에선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 인사를 ‘장악’하는 수단인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사법평의회’ 구성을 논의했지만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찬반이 팽팽하다. 대법원장 인사권을 따로 떼어내 중립적 헌법기관을 신설하자는 방안인데, 반대하는 쪽에선 대통령·국회·법관 대표가 평의회 위원 선출 권한을 나눠 갖게 될 경우 ‘정치화·정쟁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법원도 반기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너무나 정치적이고 법원 독립을 크게 훼손하는 사법평의회는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전국법원장회의 공식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대법원장의 독점적 사법행정권을 일부 나눈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대법원을 향하는 개헌 논의에 맞선 ‘방어선 구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시민의 재판 참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시민이 참여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 개헌안 마련을 위해 시민 의견을 수렴 중인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상식이 통하는 재판’을 내걸고 국민참여재판의 헌법적 근거 마련을 사법 분야 개헌 주요 의제로 내놓았다. 시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해 ‘국민 눈높이’에서 유무죄 판단을 하는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일부 도입돼 운영 중이다. 벌써 10년째지만 활성화는 되지 못하고 있다. 재판장이 배심원단 평결을 따라야 하는 ‘기속력’도 없다.

시민의 재판 참여, 헌법에
‘국민 눈높이’ 맞는 판결 기대 높아
국민참여재판 10년…효능감 낮아
여야 “헌법에 근거 마련” 한목소리
‘전관예우 금지’ 명시할지도 주목

현행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와 함께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을 ‘법원 ‘으로 바꾸거나 삭제해 시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개헌 취지다. 여야는 물론 진보·보수로 갈렸던 국회 개헌특위 사법분과 자문위원단까지 의견 일치를 본 흔치 않은 주제다. 다만 배심제가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잘 맞지 않는다는 반론,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배심제의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삼성이 대법관 출신 차한성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헌법에 전관예우 금지 조항을 넣을지도 관심이다. 논란이 커지자 차 변호사는 사임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자문위원단은 고위 법관 출신의 변호사 업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헌법에 마련하자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이 아닌 법률로 가능하다거나 다른 고위공직자들과의 형평성, 제재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 헌법재판관 다양화

헌법재판소는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위헌, 미디어법 합헌, 종합부동산세 위헌, 통합진보당 해산 등 한국사회 앞날을 가르는 주요 결정이 고위 판·검사 출신이 절대다수인 헌법재판관 9명의 손으로 이뤄졌다. 타협 능력을 상실한 정치권이 갈등 현안을 헌재에 넘기는 ‘정치의 사법화’ 속에, 한국사회의 계층·이념 지형 등을 균형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헌재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헌법재판소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1960년 3차 개헌 때는 헌법심판관(헌법재판관) 자격을 법률에 위임했다. 헌재는 5차 개헌(1962년) 때 폐지됐다가 9차 개헌(1987년)을 통해 부활하면서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며, 헌법재판관 자격을 율사 출신으로 제한했다.

국회 개헌특위와 자문위원단 다수는 ‘헌법재판관 자격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주요 분야 전문성을 가진 ‘비법관 재판관’의 범위를 전체 재판관의 3분의 1 또는 3분의 2까지 둘 수 있다거나, 재판관의 구체적 자격을 헌법이 아닌 법률에 위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매번 ‘잔여 임기’ 논란을 부르는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명문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재판관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예비재판관‘을 도입하는 문제도 개헌을 통해 결론 내야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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