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청와대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한 말은 영어로 ‘available’(시간이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교황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한 뒤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 뒷얘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단독면담은 한국인 사제 한현택 신부가 통역으로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문 대통령과 한 신부에게 면담 내용을 물었다. 문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얘기했고, 한 신부가 관련 배경, 정황 등을 보충 설명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교황은 '나는 갈 수 있다'는 말을 이탈리아어로 하셨고, 한 신부가 그것을 설명하면서 영어로 표현하면 'available'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온 문 대통령은 약간 밝은 표정이었다. ('나는 갈 수 있다' 등) 교황의 말씀을 문 대통령이 말하자 관계자들은 '아' 하며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면서 “교황의 파격 메시지는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이 문 대통령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등 말을 했을 때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문 대통령이 얘기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전날 파롤린 국무원장이 미사를 집전하면서 한국말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라고 한 것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도움 덕분이었다. 유 주교는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교황도 잘 알고 있어 유 주교가 미사 전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직접 한국어 발음 방법 등을 알려줬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전날 파롤린 국무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안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문 대통령의 교황청 일정에 참석했던 교황청 고위 인사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한국의 드라마·영화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더라. 그래서 교황도 한국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잘 알고 계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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