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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연동형 비례대표제, 태클 거는 민주당이 낯설다

등록 2018-11-27 04:59수정 2018-11-29 15:34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찬성한 안
민주당 2당 때 추진…1당 되니 번복
“권역별 비례대표 공약” 호도까지

야3당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제’
국회 ‘국민 대표성 강화’ 핵심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리 당이 그동안 공약한 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정리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공약 후퇴 비판이 나오자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26일 기자들과 만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저희 공약이었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2012년·2017년), 국회의원 선거(2016년)에서 공약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현재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주요하게 대안으로 거론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같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따라서 국회의원 의석을 정당득표율로 나누는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당 지도부의 발언은 공약 후퇴가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민주당의 ‘권역별’과 야3당의 ‘연동형’이 다르다?

연동형 비례제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강력히 요구하는 제도다. 정당득표율과 실제 의석수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총 의석수가 300석인 상황에서 ㄱ 정당이 총선에서 10%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이 정당의 의석(지역구+비례)수는 30석이 된다. 만약 지역구 10곳에서만 당선됐다면 나머지 20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지역구 당선자가 없다면 30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연동형의 반대는 현재 국회의원 선거 방식인 ‘병립형’이다. 지역구(253석)는 지역구대로 뽑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47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나누기 때문에 정당별 의석수가 정당득표율과 연동되지 않는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명부(명단)를 현행 선거처럼 전국적으로 통합해 작성하지 않고, 서울권·경기권·호남권·영남권 등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 후보를 적는 것을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권역별 비례제는 다시 연동형·병립형으로 나뉜다. 연동형이 적용된 권역별 비례제의 경우, 만약 영남권에 50석이 배정됐고 ㄴ 정당이 영남권에서 10%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5석(50석×0.1)을 가져가게 된다.

그동안 민주당이 공약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이 적용된 권역별 비례대표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2015년 8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권고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었고, 회의 직후 박수현 원내대변인(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의원 대부분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 사실상 당론”이라고 밝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여야 대표와의 환담에서 “(2015년 낸) 선관위 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약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다른 것처럼 호도될 발언을 내놓으며 공약 후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연동형 비례제

민주당에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시작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대연정 구상을 밝히며 권역별 비례제의 운을 뗐고, 2010년 자서전 <운명이다>에서도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다”고 밝혔다. 연동형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화한 독일식 모델의 도입을 언급한 것이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2월 이 제도를 국회에 권고하며 현실화했다. 국회의원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한 뒤, 전국 6개 권역별로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자는 안이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는 같은 해 7월 선관위 안에서 더 나아가 비례대표 의석을 2배가량 늘려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이때 혁신위원들이 현 우원식·정춘숙·최인호 의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여론 부담이 커지자 문재인 당시 대표는 “지금은 의원 정수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당 혁신위가 제안한 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이고,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혁신 방안과 같은 것”이라며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방안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임을 명확히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체해 2016년부터 널리 쓰인 용어이기도 하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안을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당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이었던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혁신위에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권고했고 당시 문재인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며 “민주당이 공약이라고 밝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곧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이 공약 후퇴, 말 바꾸기로 비판받는 이유다.

■ “비례의석 못 받아도 좋다”고 파격 제안했던 민주당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이유로 “정당득표율에 해당하는 의석수를 지역구에서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한석도 못 가져간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정신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모두 포기할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2015년 당시 의원 정수 확대가 새누리당의 거부로 무산되자 새정치연합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였던 김태년 의원(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역구만으로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양당을 빼고, 나머지 소수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전체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자는 안을 제시했다. 수용되지는 않았지만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전면적으로 내려놓는 안이었다. 비례대표 한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연동형에 부정적인 현재의 민주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민주당이 야당 시절의 약속을 지키고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민주당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비겁하다. 합리적인 안을 국민들한테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도 “여당이 정당 지지율을 높여서 의석을 더 배분받을 생각을 해야지 ‘우리 당에 비례의석 배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건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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