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고되었던 국회 본청 4층 행정안전위원회 복도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누워서 길을 막고 있다. 정치개혁특위는 잠시후 6층 정무위 회의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선거제와 사법제도 개혁안이 29일 밤 천신만고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본회의 통과까지 ‘세 개의 관문’을 더 넘어야 한다.
첫번째 관문은 해당 법안의 소관 위원회 심사 절차다. 각 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 안건 심사를 180일 안에 마쳐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안을 심사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심사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위원장이 각각 법안 처리 의지가 강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만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해당 안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경우다. 위원회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 동안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한국당은 당연히 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돼 이 기간에 법안은 발이 묶이게 된다.
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사위 심사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국회법에는 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해서 의사일정을 정하도록 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위원장이 시간을 끌며 버티면 방법이 없다.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다. 여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으로 새로 보임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점거하는 데 동참하기도 했다. 결국 90일을 꽉 채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최단 180일’을 달려 본회의까지 오면 본회의 심사기간 60일이 더 남아 있다.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와 합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임의로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가 진행돼왔기 때문에 언제 법안 표결에 부칠지는 의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만약 끝내 합의가 안 되면 직권상정을 60일 이내에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 말은 맞지 않는다. 의장으로서 최선의 합의가 도출되도록 병행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의결 정족수인 본회의 표결 역시 가결을 낙관할 수 없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구가 사라질 우려가 큰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다만 본회의 표결은 인사 관련 의안이 아니라면 기명 표결이 원칙이어서, 의원들이 당론에 반하는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소속 의원의 이탈로 의안이 부결되면 지도부 입장에선 반란표를 던진 의원들의 공천 자격을 박탈하는 등 엄중 조처를 할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 4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 뒤 4당은 즉시 자유한국당과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합의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에 올렸을 뿐, 원안 강행 처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이라도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패스트트랙이 가동되면 즉시 이 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다. 한국당에 계속 협상장에 들어오라고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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