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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탄핵 공세’ 촉발 노렸나…논란의 검찰 ‘울산사건 공소장’ 집중분석

등록 2020-02-25 05:59수정 2020-02-25 14:00

[영상+] 김남근·신장식·김준우 변호사 뭐라고 말했나…전화 인터뷰
‘대통령 언급 35회’…혐의·증거 없이 무리한 엮기 비판
검찰에 불리한 건 빼고 유리한 정황 근거만 왜곡 인용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검찰이 내놓은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둘러싼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애초 공소장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동아일보를 통해 공소장 전문이 보도된 뒤로는 공소장 자체의 품질 논란에 더 큰 관심이 쏠립니다.

옛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 같은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은 이 공소장을 인용하며,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을 사실상 ‘범죄 피의자’로 본 것이라면서 이후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연루가 드러나면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과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논의하는 황교안 심재철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최고위원. 2020.2.20 zjin@yna.co.kr/2020-02-20 10:20:4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논의하는 황교안 심재철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최고위원. 2020.2.20 zjin@yna.co.kr/2020-02-20 10:20:4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 공소장을 꼼꼼히 읽어본 이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소장 내용으로만 보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어마어마한 선거 농단처럼 다가옵니다. 하지만 공소장이 세 갈래 의혹을 얼기설기 엮어놓았을 뿐,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공소장 첫 부분에 대통령의 책무 등을 거론함으로써 마치 대통령이 직접 불법 행위에 개입한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공소장 기술 방식을 두고서도 비판이 거셉니다.

먼저 백기철 <한겨레> 논설위원이 2월14일치에 쓴 칼럼 내용을 한 번 보실까요.

“울산 사건 공소장을 흝어본 일감은 선거개입의 줄기를 이리저리 얽어놨지만 이를 관통하는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몇번 언급되고, 청와대 몇몇 부서가 등장했다고 마치 배후 총책인 것처럼 몰고 가는 건 심하다. 공소장 내용이 마치 확정된 범죄사실인 양 형량까지 비교하며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렇게 검찰의 허술한 공소장 내용과 이에 기반한 한국당 등의 정치 공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 공소장의 무리한 설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는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과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신장식 변호사 등을 접촉해 이번 검찰 공소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이밖에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민변 회원 권경애 변호사의 입장을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검찰의 울산 사건 공소장, 무엇을 말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건 지난 1월29일입니다.

이후 2월7일 동아일보가 공소장 전문을 보도했는데요. 이를 보면, 검찰은 청와대 8개 비서관실이 나서 세갈래로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민정비서관실과 반부패비서관실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한 경찰 수사를 하명하고 국정상황실 등을 통해 보고받았다는 게 한 갈래입니다. 또 균형발전비서관실과 사회수석비서관실이 나서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쪽 공공병원 공약 설계를 돕고, 김기현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쪽 공약인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두번째 갈래입니다. 세번째 갈래는 정무수석실이 인사비서관실과 함께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 개입해 송철호 후보자의 당내 경쟁자를 회유하려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의 이번 공소장은 두 측면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먼저 공소장의 구성 방식입니다. 이번 공소장은 불법혐의를 적시하고 핵심 증거를 명료하게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온갖 추측과 주장으로 범벅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재판부에 사건에 대해 예단을 갖게 하는 내용이 공소장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형사소송법의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공소장은 검사가 공소 관련된 공소 사실만 간명하게 써서 내야 하는데. 그런데 7십몇쪽 되는 것들은 검사의 자기 주장이나 판단 근거 이런 부분이 들어가 있어서 공소장 일본주의라는 큰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 같다 보여지고요.”(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이런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학생운동권 등 공안 사건을 다루면서 검찰이 즐겨썼던 방식의 부활입니다. 가령 박정희 정권 때 검찰은 학생 운동권 조직과 전국의 재야 운동권 인사 등을 한데 엮어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인혁당의 주도 아래 국가 변란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지던 반유신 운동을 인혁당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조직 사건으로 짜깁기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 공소장이 거울상의 형태로 큰 틀에서는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얘깁니다.

울산 사건 공소장의 이런 특징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대목은 이른바 ‘청와대 선거 개입’에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게끔 서술한 부분입니다. 이번 공소장은 개별 혐의 제시에 앞서 ‘대통령과 보좌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에 관해 길게 지적합니다. 또 “지방 선거에 즈음하여, 현 정부와 여권에서는 지방 권력을 교체함으로써 국정수행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촉발된 적폐청산 기조를 지방까지 확산시키고자 하였다”고 정부와 여권의 선거 전략을 언급합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활용하거나 지역 내 적폐청산 등 새로운 선거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구절도 집어넣었습니다.

이 공소장에서 ‘대통령’은 무려 35번 언급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대통령을 자주 거론하면서도, 실제 대통령이 개입한 혐의나 증거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의 세 갈래 선거 개입 혐의를 무리하게 하나로 엮어내려다 보니, 실제 개입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남발하게 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옵니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어쩌고 저쩌고. 그 다음에 8개 비서실이 다 협업해서 힘을 다해 한 것처럼 쓰여 있잖아요. 그러면 대통령 비서실 8개 부서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임종석 실장과 대통령 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신장식 변호사)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두번째로 제기되는 이번 공소장의 핵심 결함은 사실상 허위에 가까운 왜곡된 근거가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공소장은 울산 경찰의 김기현 측근 수사가 울산 시장 선거 여론 지형에 영향을 끼쳤다며, 그 증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합니다.

“2018년 2월3일(한국갤럽 여론조사) 김기현 40%, 송철호 19.3% 이던 후보자 지지율이 2018년 3월16일 울산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인 2018년 4월17일(리얼미터 여론조사) 김기현 29.1%, 송철호 41.6%로 역전되었고, 결국 2018년 6월13일 실시된 선거에서 피고인 송철호는 울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김기현 울산시장은 낙선하였다.”

이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소장에 인용된 2018년 2월 한국갤럽 조사(김기현 40.0%, 송철호 19.3%)는 울산광역시 전체가 아니라 울산의 일부인 울주군에 한정된 여론조사 결과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센 울주군 사례를 전체 울산 지지율인 것처럼 공소장에 표기한 겁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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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조사는 송-김 양자만 놓고 본 것도 아니고, 각 당 예비후보들이 망라된 다자 구도 여론조사였습니다. 다자 구도에서 현직 시장인 김 후보는 프리미엄을 누리는 반면, 송 후보 지지도는 다른 당내 경쟁자들과 분산돼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송·김 양자구도로 조사한 경우엔 송 시장이 이미 김 전 시장을 앞서는 여론 조사도 있었는데요.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7년 12월24~26일 울산지역 성인 8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송 시장은 48.1%로 김 전 시장(40.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두 달 전에 송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는데도, 굳이 울주군에 한정된 다자 구도 조사를 들이대면서 경찰 수사가 선거 구도에 영향을 준 것처럼 주장한 겁니다. 공소장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검찰의 공소장은 오히려 공소 사실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이 이런 방식의 공소장을 작성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두 가지로 봐야 할 겁니다.

먼저 간명하게 혐의와 법적 요건만으로 공소장을 구성하기에는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청와대가 경찰에 수사를 하명했고, 송 시장도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게 수사를 청탁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황운하 청장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조차 없이 기소했습니다. 황 청장과 송 시장 모두 청탁을 부인하고 있는데, 공소장엔 직접 증거 없이 주변 인물의 간접적인 정황 증언만 담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불리한 선거 구도를 뒤집기 위해 경찰 수사가 필요했다는 등의 부수적인 정황까지 담아야 했고, 그 근거로 왜곡된 여론조사까지 동원하는 등 무리수를 범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소장에) 익명으로 C라고 나오는데, C의 역할이 송철호 시장이 황운하 청장한테 청탁했다 하는 장면에서 보면, 송 시장한테 ‘만나 보이소’, ‘그거 줘 보이소’ 하잖아요. 그걸 근거로 청탁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사실 논리적으로 너무 붕붕 뜨고 그러는데.”

“C가 그러고 있다가 2018년 5월28일 민주당 탈당하고 김기현 지지선언을 하거든요. 민주당에 앙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진술에 의존해서 울산 전체적인 상황이 진술된 걸로 보여요. C가 원래 새누리당 양산시장 출마했다 떨어지기도 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떨어지기도 하고. 2017년 이후에 민주당 바람 부니까 민주당으로 와서 울산으로 와서 민주앙에 입당하고 정책위의장 하고 했는데, 울주군수 선거에서 경선에서 떨어지니까 송철호가 자기 안도와줬다고 앙심을 품은 거거든요.”

또 하나 검찰의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검찰이 짜여진 프레임에 사실과 추측을 끼워맞춰 공소장을 구성했으며, 이런 공소장이 공개될 경우 정치적 파장을 충분히 예상했을 뿐 아니라 의도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이든 아니면 대통령이 친구로 생각하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 그런 것들을 보여주려고 한 거잖아요. 대통령이 직접 했다는 것까지는 안나와 있을 것 같고. 대통령의 친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대통령의 측근들이 공무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그런 걸 안했다 그런 심증을 드러내는 거잖아요.”(김남근 민변 부회장)

“검찰은, 이길 수 없는 수사를 경찰 하명수사, 또 청탁수사를 통해서 선거결과를 뒤집었다라는 프레임으로 이 공소장이 쓰여졌고. 선거 결과를 뒤집은 것은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배하고 민주주의를 위배한 것이기 때문에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내심을 담아서 공소장 쓴 거라고 보여요.”(신장식 변호사)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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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때 이른바 진보 성향을 표방했던 법조계 인사 일부도 검찰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민변 회원인 권경애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소장에는 e메일 등 청와대가 범죄첩보를 가공해 경찰에 내린 물적증거, 울산지방경찰청이 거짓 진술조서를 꾸몄다는 증거와 진술이 나온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울산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라고 압박했다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자백도 있는데 이를 보강하는 증거가 있어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검찰도 자백이 유일한 증거면 기소하지 못한다. 무조건 ‘검찰의 의견일 뿐’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증거와 진술 뿐 아니라 검찰의 일방적인 추측과 예단, 심지어 왜곡된 근거까지 다수 포함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기소된 청와대 참모진들의 변호인 쪽은 2월1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공소사실은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된 ‘검찰 측 의견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공소장이 사실상 ‘정치선언문’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겁니다.

이제 사실관계는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할 겁니다. 다만, 검찰의 이번 공소장은 이후 재판과 별개로 고민해 볼 거리를 안겨줍니다. 검찰의 의도가 날것으로 비치는 이런 수준의 공소장을 계속 검찰이 내놓도록 두고만 봐야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모양새, 허술한 공소장으로 국민들 사이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행태가 더는 용납돼선 안될 겁니다. 수사와 기소의 관계 재정립을 포함하는 검찰개혁의 진행 상황,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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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민변 부회장,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신장식 변호사가 무어라 이번 공소장을 평가했을까요. 자세한 내용,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진행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연출·촬영 조소영 피디 az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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