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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상조 “경제 불확실성 연속…정부 순발력있게 대응할 것”

등록 2020-03-13 21:24수정 2020-03-14 02:36

인터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 영향
미 유럽봉쇄 발표로 새 단계 진입
추경자금 시급히 현장 집행 필요
재난기본소득 도입은 도움 안 돼”

“단기적 내수위축 어려움 있겠지만
실물위기 갈 가능성은 아직 낮아
세계 경제 내려앉아 파이 줄어도
조기 방역 성공땐 기회 잡을 수 있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포로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지난 12일 아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앞으로 경제정책을 어떻게 펴나갈지는 미국이 어떤 대책을 발표하고, 그것에 대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이 보고하고 나서 한시간 뒤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간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 여파로 전세계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날 저녁 <한겨레>와 한 긴급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선포와 각국의 봉쇄정책으로 코로나19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이제 경제가 브이(V)자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졌고, 모든 예측기관이 예측하는 것처럼 애초 전망보다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아마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겠지만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상황이 계속 불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면 탄력적으로 유연하고 신속하게 정부 대책을 버전업 해가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코로나19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일단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11조7천억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국회 통과라고 강조했다.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7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급하게 추경 자금이 현장에서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최근 정치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선 적절한 대응방식이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추경안을 만들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2차 추경 등 추가적인 경기 대응 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2월28일에 홍남기 부총리가 1차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현시점을 예의 주시하면서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준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아직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추가적인 대책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장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전세계적인 패닉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과연 ‘이 정책이 최선이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상황 변화에 순발력 있게 즉시 대응하는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규모 11조7천억원을 두고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데.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메르스 때는 7월말에 추경이 통과했다. 예비비를 다 쓰고 남은 6개월을 위해 편성했다. 지금 추경은 2월20일부터 준비했다. 본예산의 10%도 안 쓰고 예비비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추경 편성 전에 투입한 4조5천억원과 추경 11조7천억원을 합쳐서 보면 그렇게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실물과 금융을 아우르는 복합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벌써 32조원 규모의 대책(1차 대책+추경+금융지원)이 나갔다. 상당 부분이 재정이다. 거의 13조원 정도 세출을 늘린 거다. 또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재정만 있는 게 아니다.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정책 수단을 2차 추경으로만 묶을 수는 없다. 통화정책을 비롯해 여러 수단이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고 적격담보대출 증권의 범위를 넓혔다. 이것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보는 언론을 못 봤다. 이게 사실은 재정 확대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현상을 보고 있는데 정책의 스코프도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 중에 중요한 게 국제공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야기한 추경 40조원 편성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균형 재정을 지고지순의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재정 규율이 한없이 무너지는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일주일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하면 국회의원, 지자체장, 각 부처가 ‘이게 현장의 목소리다’라면서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요구를 선별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재정은 유한한 자원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용도에 사용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추경은 단기 경기부양 정책이다. 단기 재정정책을 쓸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세가지 있다. 적시성, 특정성, 한시성이다. 이 세가지 원칙을 지키는 추경안을 편성하자고 홍남기 부총리와 협의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이러한 원칙에 모두 위배된다. 첫째, 어느 나라도 한 국가 단위에서 이것을 해본 경험이 없다. 이런 식이면 절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또 어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체제를 대체하는 것이어서 특정성이 없다. 그리고 한번 도입되면 영구적이다. 뒷감당을 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현 상황에서 지자체장이나 진보적 지식인들의 기본소득 주장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장하는 게 사실상 기본소득 개념이 아니라 긴급생활안정수당이라면, 용어부터 정확히 해야한다.”

―특정성을 말했지만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게 적절한가. 이들 말고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을 골라 지원해야한다고 보지 않나.

“왜 그런 고민을 안했겠나. 이미 안정적인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것을 이용해야만 적시성 원칙에 맞는다. 그래서 선정한 게 4개 채널이다. 가장 코로나19의 타격을 받는 부문을 골라내야 한다. 임차인을 직접 지원하자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골라내겠나. 계약서를 다 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최저임금 때문에 만든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채널이 있다. 거기에 있는 분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다. 이분들이 임대료를 내는 분들이다. 또 학교 개학 못하고 돌봄케어하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아동수당,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사업 대상자 등 4개 채널로 특정되는 대상을 잡았다.”

―그래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는 대상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추경 편성을 위해 주어진 이 짧은 기간 2주 안에 대상자를 찾아서 누수없이 전달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책은 4개 채널을 통해 마련했고, 차상위계층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여기에 포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복지부에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차상위계층이라고 정의하는 기준만 있지 지금 당장 차상위계층이 행정통계로 몇만세대 누구누구인지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차상위 지원 채널이 필요한데 이것을 가져와보라고 했지만 없었다. 또 차상위계층 지원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지자체에서 하는 것인데 지자체들 간에 재정 여력이나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역, 전달체계의 완결성이 전부 다르다. 문제는 이것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전달체계를 가진 곳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고, 더 어려운 지역은 이게 안 되어있다. 중앙정부에서 이게 가능한 지역만 드릴게요 할 수도 없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현안과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금융 쪽 리스크나 기업 위기 쪽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나?

“지금은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매출이 줄어 힘든 단계다. 금융 쪽이 문제가 되고 기업의 현금흐름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는 걸 실물 위기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진짜 경제위기라고 하려면 금융을 넘어 실물 위기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 주요 기업의 현금흐름을 확인해보면 항공사 같은 몇몇 기업을 빼면 문제가 생긴 것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내수가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경제위기로 갈 가능성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앞으로 전망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모든 나라가 한꺼번에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는 시작되고 끝나는 속도, 시점이 나라마다 다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방역이 최선의 경제대책이다. 이 사태가 마무리되면 세계경제 자체가 내려앉아서 전체적으로 파이는 줄어들 수 있지만, 우리가 신속히 방역에 성공하면 특정 제품·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올라갈 수 있다. 2011~2012년 우리 자동차산업이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터뷰 김수헌 기자, 정리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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