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포항북구 오중기, 남구울릉군 허대만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구미-안동. 미래통합당의 아성 공략.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마지막 지방 지원유세를 민주당의 ‘험지’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출발했다. 호남 출신 이낙연 위원장은 포스코가 있는 포항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등 이른바 ‘영남 산업화 세력’의 영향력이 강한 곳을 돌며 “지역(주의)의 완화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포항시청 앞 유세에서 오중기(포항북구)·허대만(포항남구울릉군) 후보의 손을 잡고 “이 두 사람 그만 울리시고 이제 일 시킬때도 되었다”며 험지에 도전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한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포항시민 여러분을 비롯해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께서 지역(주의)의 완화를 한번 보여주심으로써 전국민께 감동을 선사하시면 어떨까 감히 제안드린다”며 “제가 정치를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지역주의 완화를 포함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 경북의 전 지역구를 미래통합당에게 내줄 위험에 처했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선 통합당의 ‘아성’과도 같은 이 지역에서 김부겸·홍의락 의원 등 두 명의 당선자가 나오면서 지역주의의 벽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층 키웠지만, 다시 4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어찌된 일인지 지역의 장벽을 안고 있다”며 “그러나 그 지역의 장벽은 낮아지고 있고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박정희 정부 시절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가 조성된 경북 구미에 들러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피를 흘려 되찾은 나라에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땀을 흘려서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고 그리고 우리 세대에 와서는 그 내용을 채워 성숙시켜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산업화에 대한 노력을 평가한 뒤 “정치를 일류로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최근 ‘막말’을 하고 있는 통합당 후보들을 겨냥해 “싸움하기 좋아하고 막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일단 제쳐두고 일할 능력과 준비와 역량을 갖출 그런 정치인을 뽑는 것이 일류 정치인을 뽑는 일이다”고 말했다.
구미 지역에 출마한 김현권 캠프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었지만, 통합당이 그 뒤에 지역 제조업이 쇠락해가는데 뭘 했냐는 심판론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 위원장과 김현권 의원이 점심을 하기 위해 들른 시장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한 시장 상인은 “장사가 안되는데 사람들만 왔네”라고 했다.
안동 등 경북 지역 유세를 마친 이 위원장은 오후엔 충북 제천 중앙시장 앞에 모인 청중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민주당 지역 관계자는 “사람들 모인거 사진 찍어서 전파해”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이 연설을 하는 큰길 뒤에 있는 골목 사진관에선 사진사가 무심히 바닥을 쓸고 있었다. 사진사는 이 위원장이 온 것은 알았지만 연설을 들으러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도 안가고 개학도 안 해서 월세도 못 내게 생겼다”며 인상을 찌푸린 뒤 “원래 민주당을 안 좋아해요. 이번 선거도 투표하러 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을 태운 흰색 카니발은 제천을 떠나 다시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서울을 향해 460㎞를 내달렸다.
포항 구미 제천/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