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이후’ 박명림-신진욱 대담
박 “이번 선거는 탄핵의 완성 의미...사회경제적 개혁 완수가 국민 뜻”
신 “민생위기 1년여가 결정적...돌봄·노동·소득보장 아우르는 계획을”
박 “이번 선거는 탄핵의 완성 의미...사회경제적 개혁 완수가 국민 뜻”
신 “민생위기 1년여가 결정적...돌봄·노동·소득보장 아우르는 계획을”
또렷한 지점이 보이되 그 너머는 안갯속이다. 21대 총선까지 보수세력의 4연속 패배는 한국 정치지형이 구조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집권당의 180석 압승엔 소선거구제와 위성정당 창당으로 그 어느 때보다 표 왜곡이 심했던 선거라는 측면 또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역구 총득표수로 환산했을 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차이는 8%포인트 남짓이다.
유권자 구조와 인식은 질적으로 달라진 것인가, 나아가 이것이 한국 사회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박명림 교수(연세대·정치학)와 신진욱 교수(중앙대·사회학)가 지난 19일 만나 21대 총선 의미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거대 양당체제 회귀와 심각한 표의 불비례성을 비판하면서도, “2050과 60대 이후 유권자 사이 가치관과 인식의 분화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것”(신진욱)이며 “탄핵 대통령에 이어 탄핵 총리까지 시위나 폭력이 아닌 선거로 정치영역에서 완전히 퇴출시켰다는 면에서 탄핵의 완성이란 의미를 갖는다”(박명림)는 데 공감했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정당투표이자 국민투표’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유권자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국가 공동체의 위기에 대한 대답보다 과거에 매달린 보수야당의 참패는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짜 기로다. 두 사람은 “국가의 역할을 새롭게 묻는 지금, 구제금융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각자도생의 체제를 바꿔낼지 여부에 따라 유권자의 구도는 또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로 1~2년이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180석 슈퍼여당이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오판”이라며, 초당적 지혜를 모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돌봄·소득보전 문제를 아우르는 플랜 제시(신진욱)나 국가적 대타협(박명림)을 통한 한국 사회 변화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개혁의 공감대를 넓히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회=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나.
박명림=결과로서 민주 개혁 세력의 승리는 분명하다. 국가 공동체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이 최대의 지지와 협조를 몰아준 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함께 넘자는 뜻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후퇴라고까지 할 정도로 비판할 지점이 많다. 87년 이후 선거를 분석하면 3.8개의 유효정당 숫자가 나오는데, 이번 선거는 사실상 2.0이 되어버렸다.
신진욱=정치 내용적인 지형에서 봤을 때는 지난 시기 경제적 어려움, 조국 사태 등 여러 굴곡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무현 당선 이후 전체적 유권자들 중에서 20대에서 50대 이르는 그 연령층이 더이상 지금의 미래통합당과 같은 식의 권위주의 유산이나 이념공세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히 드러난 측면이 있다.
박=물론이다. 이번 선거결과의 가장 큰 의미는 탄핵 대통령에 이어 당시 총리였던 이를 민심으로 제거했다는 것이다. 87년 6월 항쟁을 중산층이 주도했다면 이번 선거에선 시민층이 탄핵을 완성했다. 시위나 폭력이 아니고 선거를 통해 탄핵 총리까지 확실히 정치영역에서 퇴출시켰다는 점에서 탄핵의 완성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어도 낡은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란 점은 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도 큰 효과는 없었다.
신=지금의 보수야권이 심각한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탄핵 당시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는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층이 20% 정도였다. 그 이후 홍준표 후보가 대선에서 받은 게 24%다. 결국 20~25%가 핵심지지층인 셈이다. 그 층을 넘어야 되는데 그러다 핵심지지층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내키지 않으면서도 황교안 전 대표가 전광훈 목사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한다든가 하는 것 아닌가.
박=정치학적으로 이런 선거는 정당투표이자 국민투표다. 한국전쟁이나 남북 대치상황이나 외환위기에서는 국민으로서 어떻게 공동체 위기를 극복할 것이냐 하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게 당연하다. 이를 인지했어야 하는데 파당적으로만 접근했다. 막말 파동은 거기 비하면 상대적으로 큰 요인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기 전에는 자생적 환골탈태는 어렵지 않나 싶다.
신=다음 대선 때까지 2년 남은 사이 이렇다 할 혁신을 이뤄낼수 있을까, 비관적이다. 장기적으로 구조적 측면에서 심각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60대 이상과 50대 및 그 이하 연령대에 큰 차이가 있다. 현재 60대 이상은 연령효과가 컸다. 나이 들수록 급속 보수화된다는 거다. 지금 50대는 2030일 때부터 중도 내지 중도진보 사이에서 큰 진폭 없는 추이를 지속해왔다. 현재의 3040 세대는 확고한 진보세대다. 현재 20대가 지금 3040대보다 보수적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단언하긴 힘들다. 지금의 30대도 20대였을 때 유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20대가 보수적이라고 보수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지금의 2050은 60대 이상과는 대단히 다른 가치관과 정치적 선호를 갖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돼도 이후의 고령층은 현재의 고령층과 다를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런 유권자 변화에 비해 보수의 정치엘리트층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 이야기 나오는 거나 선거부정 이야기 꺼내는 것을 보면 너무 지난번 탄핵 때와 같은 반응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싶다.
박=지역‧연령‧이념 3대 요소에서 오랫동안 보수가 유리해왔다. 2002년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열린우리당 압승으로 이게 역전됐다. 그 전엔 보수가 전국정당이었는데 민주개혁세력이 전국정당으로 역전된 것이다. 세대적으로 봐도 6월항쟁 이후 세대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세대인데, 보수세력은 민주주의·자유·평화·인권·복지 이런 걸 중시하는 세대한테 어떤 정책이나 가치·노선을 제시해 신뢰받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3040세대에 대한 어떤 후보의 발언처럼, 그 세대에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이념문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이번 결과를 두고 주류세력 교체로 보는 시각이 있다. 50대의 진보화를 여당 압승요인으로 보기도 하는데.
신=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가 양쪽 진영이 총출동해서 중원에서 붙은 싸움에서 진보여권이 완승을 거둔 하나의 측면이 있다면, 다른 하나의 측면은 지난 대선 구도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진보-보수가 상당히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계산을 해보니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압승해서 의석 비율은 민주당이 60%지만, 정당 투표를 봤을 땐 열린민주당까지 합쳐도 39.7%, 미래한국당이 정당득표상 1당이고 국민의당까지 합치면 40%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1.1%, 홍준표-유승민 후보 합치면 30.8%, 안철수 후보까지 합치면 52.2%였다.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이 41%, 이번 총선 열린민주당까지 합친 범민주당이 39.7%. 거의 비슷하다. 지난 대선 심상정 후보까지 합친 범진보가 47%였는데,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까지 합친 범진보가 49%였다. 한국에 상당히 범진보-범보수 유권자층 균형이 웬만한 충격에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50대를 갖고 386 기득권 코드 같은 걸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지금 신주류를 굳이 따지자면 3040이다. 파워 엘리트는 50대지만 탄핵 촛불 참여자를 봐도 3040이 핵심이고 현 정부의 불변의 핵심 지지층도 3040이다. 50대 유권자는 그 토대 위에서 유동하는 변수다.
박=저도 횡단분석 해봤더니 지역구와 비례의 범진보-범보수 득표가 놀랍게 일치하더라. 지역구에서 양당 득표율 보면 49.9% 대 41.5%, 그런데 비례에서 48.5% 대 40.6%다. 이에 따른 지역구 의석분포라면 126석 대 105석인데, 실제로는 163석 대 84석으로 21석 차이 날 게 79석 차이가 났다. 이른바 3.8배의 제도 효과를 가져간 것이다. 국민들은 2002년 선거부터는 균형추가 어디로도 기울지 않는 선거결과를 보여 왔다. 다만 선거 제도의 왜곡 효과로 제1당은 그동안 평균 37.63% 득표에 47.56% 의석 점유를 가져가서 평균 9.93%, 30석의 초과의석을 받아왔다. 이번에 범진보-범보수 득표율 균형보다 놀라운 건 진보 안에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균형이다. 이번에 정의당이 9.7% 득표했다. 노무현이나 노회찬의 꿈대로, 그리고 민심대로 보면 이건 정확히 30석이다. 국민의당의 6.8%도 득표율 그대로라면 21석이다. 민심은 이번에 4당 체제다.
사회=정의당의 존재감이 쪼그라든 건 사실이다. 원인과 돌파구는 무엇인가.
신=현실적으론 선거법이나 일련의 정치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에 모순이 있다. 소수정당들에게도 정당한 자리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득권을 갖는 거대정당이 동의해줘야 하는 근본적 모순이 있다. 결국 이 모순 때문에 그 굴욕적 협상을 하면서도 누더기 선거법이 됐다.
박=가장 큰 실패는 규칙을 바꾸는 데만 너무 집중했다는 것이다. 인사문제에서 데스노트 만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곤 하지만, 어떤 것도 정의당의 대표 정책이 없었다. 독자적인 정당기반을 갖고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면 정의당표 독자정책을 국민이 각인해야하는데 인사 때 가끔 비판한 발언을 빼면 마땅히 없었다. 은산분리나 방송통신 분리, 교육정책 등에서 문재인 정부가 역진할 때도 정의당의 목소리가 안 들렸다. 득표율에 비해 너무 차이가 나는 의석결과는 선거제도 탓이 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4+1로 완전히 여당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고. 세상에 선거제도와 공수처를 연동시키는 나라가 어디 있나.
신=결국 거대정당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정치적 입지를 진보정당이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조건 위에서만 제도개혁의 올바른 추동력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정치경쟁의 구도가 변했다. 민주당 대 진보정당이란 설정 자체가 구시대적 문제 틀이라 생각한다. 민주당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진보정당이라 볼 수 있다. 2011년 민주당에서 3무 1반 정책(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 등록금)이 나온다. 강령에 ‘보편적 복지국가’가 지향점으로 들어갔다. 이때 이후로 민주당에서 진보세력을 적극 유입하면서 인적구성, 정치노선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보화됐다. 보수적 민주당 대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 내 보수중도세력이 1번, 민주당 내 또는 친민주당 진보세력이 2번, 민주당과 경쟁하는 바깥 진보세력 3번이란 3분구도가 됐다. 이런 정치경쟁의 생태계 내에서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들의 조건과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민주당 180석은 ‘양날의 칼’이다. 슈퍼여당과 정부의 국정자세와 집중할 과제는 무엇인가.
박=온건 연동형을 통한 다당체제가 되어야 한국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대타협 협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종교갈등 없는 나라 치고는 한국이 진영 지역 이념 젠더 세대갈등이 월등히 높다. 사회의 다양하고 다원화된 목소리가 의회로 반영이 안되니 거리로 뛰쳐나갈수밖에 없고 직접 소리를 내니 갈등지수가 높을수밖에 없다. 21대 국회 첫번째 과제는 선거제 개혁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슈퍼여당은 정말 심사숙고해서 겸손과 타협과 협치로 가야 한다. 180석이 주는 의미를 한국사회의 균형성,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라는 국민적 지혜이자 황금률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 현실적으로 문 정부와 민주당의 협력체제를 통해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반, 짧게 보면 1년이다. 그 기간 동안 집중해야 할 것을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 역사적 압승을 거뒀다고 해서 모든 역사적‧사회적‧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겠다 하면 아무것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년간 정부의 4대 핵심 국정목표인 포용적복지, 소득주도성장, 한반도평화, 정치개혁 가운데 가장 긍정평가가 많았던 게 포용적 복지였다. 집중할 건 코로나 위기다. 1차적 감염 위기가 장기적으로 총체적 민생의 위기로 휘몰아칠 것이다. 앞으로 1~2년 동안 모든 여야가 협력해서 집중하는 경제‧고용‧소득‧돌봄을 아우르는 ‘포용과혁신 플랜 2.0’ 같은 위기대응플랜이 선제적으로 나와야 할 시점이다.
박=선거결과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개혁을 하라는 확고한 뜻이라는 측면도 크다. 탄핵은 우리 사회 불공정, 공공성의 위기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번에 코로나를 보더라도, 사적 자본의 과대한 팽창 때문에 무너지는 오이시디 국가들이 공적자금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아직 공공성이 해체되지 않아서 해일에 휩쓸리 듯 붕괴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의 노사정 타협 체제는 안 된다. 가장 위기가 지방붕괴다. 지방정부까지 참여하는 ‘노-사-정-지’ 대타협 틀을 통해 코로나 이후 쓰나미처럼 닥칠 위기를 나누고 연대하고 공공성 제고를 통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제위기를 넘을 때 노동도 일정한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는 말도 하고 싶다.
신=키워드는 ‘국가를 통한 안전과 연대’다. 이것을 국민이 경험한다는 자체가 이후 한국 정치의 많은 부분을 규정할 것이다. 이걸 집단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이후 진보든 보수든 이것에 크게 어긋나는 정치적 시도를 함부로 하기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박=우리가 외환위기 이후에 외환위기의 극복이라는 외부의 칭찬에 잠시 들떠 있다가 재벌개혁에 실패하고 비정규직 늘어나고 양극화 악화된 아픈 경험이 있지 않나. 열린우리당 때 152석에 도취해 4대개혁 추상적으로 밀어붙이다가 민심 이반했다. 이번엔 정말 정교하고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공황 이후 최악이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말하고 싶은 건 1인1표‧성평등‧의료보험 이런 게 위기 때 인류역사에 안착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빈곤층기본소득이나 국민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이나 재원마련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 다른 하나가 일자리 개혁이다. 재벌·일자리·노동개혁이나 비정규직 문제에 다 연결돼 있는 게 해외에 나간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혜택 등으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리쇼어링’이다. 리쇼어링을 통해 한국에 일자리가 확보되고 지방 재생되고 내수부활, 노사타협으로 이어진다면, 거기에 기본소득이 만나 위기극복 로드맵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은 포용적인 국가모델이 될수 있다.
사회= 보수 유권층이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인데 그런 포용적 개혁에 모순적 조건이 될수 있지 않나? 최근 재계에서 숙원사업 해결하듯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박=모순적일뿐 아니라 충돌한다. 그런데 어쨌든 국민들이 방역협조에서 높은 시민의식, 선거민심인 투표율, 이 두 가지 통해서 문 정부에게 더 이상 표시할 수 없는 협조를 하고, 지지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표심으론 절묘한 균형을 보여줬다. 앞으로 다가올 개혁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어렵다. 민생‧재벌‧일자리‧기본소득 등에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역량을 총동원해야 된다. 빨리 정부 안에 범국가적인 위원회 만들어서 국가대타협위원회든 어떤 형태든 만들어서 진솔하게, 지금 다가올 민생 경제 실업 소득위기에 대해서 빨리 국민에게 설명하고 각 부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신=방금 질문에만 국한하면, 경제 영역에서의 요청들과 사회적인 과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가 숙제다. 이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에 진보 유권자 뿐 아니라 보수 유권자도 강하게 저항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조사를 보면, 지금 정치적 의미에서의 보수층,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경제 성장과 사회적 과제의 균형을 추구하는 데에 반발하는 층이 많지 않다. 문제는 정부의 성급한 대북정책, 인사실패, 부패 스캔들, 과도한 정치투쟁, 국민이 ‘내 문제’라고 즉각 체감할 수 없는 다른 이슈로 민심이 분할되고 대립이 심해지고 이반이 생기는 이런 일이 없게끔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균형을 추구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박=공감한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문 정부 후반을 도와주기도 하고 다음 정부 2년도 또 이 의석구도로 가는 건데, 지금 사회‧경제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최소한 의회가 중심이 된다면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기본 틀은 갈 수 있다. 선거법 개혁을 통한 민생개혁이 시간이 걸린다면 국민대타협기구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 이 180석은 코로나 위기가 한국사회에 주는 경제적 대타협, 일자리, 소수자 포용, 민생개혁 위한 예외상황으로서의 중요한 돌파구가 된다.
신=다만 저는 현실적으로 1기 경사노위의 파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당사자들간의 협상과 타협을 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지금 임박한 위기들에 대한 결정 내리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순간순간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오히려 집권 세력들이 상당한 타협의 여지가 있는 사회협약적인 정책대안들을 제시하고 핵심 이해당사자 집단을 설득·조정하는 방식이 어떤가 싶다.
박=신중해야할 문제지만, 공동체 안전이 개인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면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이 공동대처·협력이 없으면 가능하겠나 싶다. 어떤 모델이 됐건 사회적 대타협은 위기 대처뿐 아니라 예방이라는 선제적 측면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중앙과 지방이라는 양극화 문제는 이번에 여기서 해법을 만들지 못할 경우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180석 만들어줘도 못 한다면, 이때의 좌절과 실망이 어떤 정치적 반동, 역진 효과를 낼 지 두렵기도 하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지구적 공공성 붕괴, 지구적 양극화, 사적자본 이익의 팽창이 불러온 문제에 대해선 전지구적 비판 공감대가 있다. 통계를 보면, 미국 영국 다 공적자본이 마이너스다. 지난 30년 중국의 저임금, 중국의 생산 소비시장에 기대서 오이시디의 초부유층의 배만 불려왔다. 원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나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게 중산층 자본주의, 중산층 민주주의, 중산층 소득구조 기반해 발전하는데 그게 전면적으로 붕괴되는 게 드러나고 있다. 경제발전, 민주주의적 방역 극복에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한국적 사회적대타협기구든 또다른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가 함께 산다는 한국형 모델이 이번에 꼭 시도됐으면 하다.
사회=총선결과가 유권자 구조 변화를 드러냈다지만, 우리 사회에 능력주의나 각자도생이 내면화됐다는 우려도 있는데.
신=세가지 수준에서 어긋나는 현실을 먼저 짚어야 한다. 하나는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현실이 20년 이상 불변했다는 점이다. 두번째 그러나 시민의 가치와 의식은 의미심장하게 변화했다. 대다수는 강요받기 때문에 각자도생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신화를 믿는 사람은 그럴만한 소수의 엘리트층뿐이다. 각종 조사를 보면 시민들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 공공성과 국가책임에 대한 요구, 나아가 국가를 통한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정도가 높다. 각자도생의 현실이 다수가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힘이 없어 못 바꾼 거다. 3050 연령대의 진보중도 유권자층이 다수가 됐다는 것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60대 이상처럼 질서, 반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요구한다. 세번째가 정부 정책이다. 2000년대 이후 20년간 정부가 개입해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도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너무 부족하다. 즉 점점 더 많은 시민이 국가의 공공적 역할을 원하는데 아직 정부가 충분히 호응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내면화로 볼 일은 아니다.
박=거기에 더해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1인 가구가 늘고 솔로크라시라는 말들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개인으로서의 나는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고 싶지만 시민으로서 협조한다’는 게 이번 위기에서 분명해졌다. 이런 프라이버시 영역, 자율성, 자유 이런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국가나 공동체나 정부는 안전을 제공해야 한다. 그 안전은 생명안전도 있지만 기본소득이나 이런 것을 통해 생존의 안전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 의미이고 덕목이다. 국가 공동체의 역할은 더 커진다. 그런 점을 문 정부가 엄중히 느꼈으면 좋겠다.
정리/김영희 이주빈 기자 dora@hani.co.kr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열린 지난 10일 경기 고양 덕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비례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고양/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3년여 만의 두 사람의 리턴매치를 앞두고 주최 측은 살짝 긴장했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박명림(연세대·정치학) 교수와 신진욱(중앙대·사회학) 교수가 탄핵의 역사적 의의를 짚기 위해 가졌던 <한겨레> 대담이 5시간 넘게 이어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19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담 역시 3년 전에 못지않게 뜨겁고 길었다. 김영희 총괄부국장의 사회로 점심 자리까지 3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대담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지난 1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신진욱(중앙대 사회학) 교수와 박명림(연세대 정치학) 교수가 21대 총선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명림 교수는 이번 선거가 `탄핵의 완성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진욱 교수는 "지금의 2050은 60대 이상과는 대단히 다른 가치관과 정치적 선호를 갖고 있어,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돼도 현재와 구도가 다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촛불과 코로나, 한국의 보편적 책임성
이번 총선에 대해 두 사람 모두 강조한 것은 ‘코로나 위기 속 치러진 선거’ 자체의 의미다. 박 교수는 “한국문제가 한국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그렇고 늘 세계문제라 생각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수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세계선거, 국제선거다. 이미 민주주의가 일상에 들어가 있고 이 제도의 향상성‧지속성을 세계적 보건위기‧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사실 한국의 근대화의 장면은 늘 주목을 받긴 했다. 고속성장이 그랬다. 한국은 1950년 저소득국가에서 2000년대 고소득국가가 된 아주 드문 사례다. 87년 민주화도 그랬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까지 그 문화적 자산이 이어질 정도다. 하지만 2017년 촛불과 2020년 코로나는 과거와 다른 지점이 있다. 신 교수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서구 사회들이 100년·200년 전에 했던 걸 잘 따라한 예외적 모범생으로 주목받았다면, 이 두 경험은 어떤 나라도 가지 못한 길을 가지 못한 길을 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편적인 책임성 같은 부분도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슈4·15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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