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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5년 후 코로나’ 시나리오 세가지…최악은 민족주의 확산이다

등록 2022-05-31 10:03수정 2022-05-31 11:18

국제과학협의회, 학제간 토론 후 보고서 발표
계절적 유행 되풀이하는 풍토병 될 가능성 커
세계 과학자들이 5년 후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scimax.org
세계 과학자들이 5년 후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scimax.org

5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52억명에 육박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68%다. 접종 완료자 기준으로는 62%에 이른다.

그럼에도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 가까이 된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사그라드는 듯하다가 다시 올라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대부분 해제됨에 따라 올 여름 이후 다시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유행 국면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보건기구 수석과학자 소미야 스와미나탄(Soumya Swaminathan) 박사 같은 이는 코로나19가 2020년대 후반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과학단체들의 통합조직 가운데 하나인 국제과학협의회(ISC)가 3년째에 접어든 코로나 국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5년 후 세상’에 대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년 2월 구성한 학제간 패널에 참여한 공중보건, 바이러스학, 경제학, 행동과학, 윤리 및 사회학 전문가 20여명이 1년여의 토론 작업을 걸쳐 작성한 보고서다. 30개국의 전문가 167명이 이들의 자문에 참여하고 80명의 전문가가 패널 인터뷰에 응했다.

보고서는 시나리오의 초점을 미래 예측보다는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처들에 두었다.

나라별 백신 접종 완료자의 비율.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 간의 백신 격차가 크다. 원자료 출처는 ‘월드인데이터’. 그래픽은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나라별 백신 접종 완료자의 비율.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 간의 백신 격차가 크다. 원자료 출처는 ‘월드인데이터’. 그래픽은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국가간 백신 격차로 세계 긴장 계속

첫번째 시나리오는 계절에 따라 코로나 유행이 반복되는 ‘지금처럼’(continuity) 상황이다. 전 세계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70~80%에 머무는 경우다.

보고서는 현재의 코로나 대응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팬데믹의 정점을 지나 종식을 향해 갈 것이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효과가 좋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해 코로나 위험이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백신 격차로 인해 세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이 시나리오가 전하는 메시지는 세계화 시대에 홀로 안전한 세상을 구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우려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새 변이는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엄격한 방역 정책과 지속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황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에선 팬데믹의 영향권 밖에 있는 영역은 없다. 각 나라 정부는 팬데믹에 따른 피해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치명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위기가 끝난 것처럼 행동해선 안된다. 시민들에겐 고난의 시기가 계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단기처방 위주의 정책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교육과 사회복지다. 보고서는 “팬데믹이 교육에 끼친 피해는 이번 세기말까지 영향을 미쳐 팬데믹 학생 세대의 평생 소득 감소 규모가 잠재적으로 17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취약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저소득 국가들은 보건 시스템의 붕괴와 식량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변이 출현에 맞춰 코로나백신 개발도 계속돼야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새 변이 출현에 맞춰 코로나백신 개발도 계속돼야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국제 협력, 위기를 삶의 질 높이는 기회로

두번째 시나리오는 세계적인 백신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성인의 비율이 전체의 80% 이상(전체 인구의 70%)으로 올라가는 경우다. 가장 낙관적인 ‘협력 플러스’(collaboration plus) 시나리오다.

이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코로나 관리는 훨씬 더 쉬워진다.

코로나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을 통해 세계는 기아와 영양 실조,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 같은 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코로나 불평등도 크지 않다. 코로나는 기껏해야 치명률이 낮은 국지적 풍토병으로만 남을 것이다. 공중보건 시스템이 강화돼 우려변이가 출현해도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코로나 위기는 오히려 지역, 국가, 국제적 수준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장기적인 시스템 변화가 시작되는 기회가 된다. 팬데믹이 악화시킨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사회적 응집력도 좋아진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재 세계는 이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 이유로 세계가 국제 협력보다 국가 차원의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임시 무덤. ISC 보고서에서 인용.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임시 무덤. ISC 보고서에서 인용.

보호주의와 포퓰리즘은 최악 상황 자초

세번째 시나리오는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다.

보고서는 이 경우 정부간, 정부와 시민간의 신뢰가 더욱 악화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이를 ‘회복 상실’(missing recovery) 시나리오로 명명했다. 백신 공급의 불평등과 공급량 부족 등으로 인해 백신 접종 완료자의 비율도 전 세계 성인 인구의 70%(전체 인구의 60%)를 밑돈다.

이 시나리오에선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보호주의 정책이 횡행한다. 그 결과 국제 협력의 틀이 무너진다. 세계 위기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것과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결국 코로나19는 통제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심각한 재유행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 지역봉쇄 같은 방역 정책이 다시 도입된다. 긴급 상황에서나 쓰는 조처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삶의 질이 악화한다.

보고서가 내놓은 대안은 협력과 평등이다. 즉 의료와 과학적 관리 시스템은 협력하고 교육과 부의 불평등은 해소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는 장기적으로 미래의 팬데믹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기후 목표를 낮추려는 유혹과 싸워 이길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2027년 시나리오는 세계적 불평등 악화”라며 이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10년쯤 뒤로 늦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미 미즈토리 유엔 재난위험경감 사무총장은 “세계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다음 위기에 대비하는 다자간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이것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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