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실용차(SUV)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2022년 약 10억톤에 이르렀다. 픽사베이
요즘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의 최대 수익원으로 떠오른 SUV(스포츠실용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2022년 약 10억톤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크고 무거워 평균 20% 이상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가격이 높은 SUV가 기업에는 큰돈을 벌어다주는 듬직한 효자이지만 지구에는
전기차의 온실가스 효과마저 날려버리고 오히려 기온을 높이는 악당이 돼가고 있는 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도로를 운행하는 SUV는 현재 3억3천만대이며,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독일과 영국의 배출량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한국 배출량(2021년 6억8천만톤)의 약 1.5배다. 국가 기준으로는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통적으로 가격이 높아 수요층이 적었던 SUV는 세계 경제의 성장과 함께 레저 인구와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위축됐던 시기에도 이어졌다.
2022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보다 0.5% 감소한 7500만대에 그쳤다. 반면 SUV는 3%가 증가한 3300만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SUV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20%에서 2022년 46%로 두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배출량 7천만톤 증가
에너지기구는 더 무겁고 연료효율이 낮은 SUV 증가는 석유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021~2022년에 SUV를 제외한 전 세계 일반 승용차의 석유 소비량은 거의 변함이 없었으나 SUV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50만배럴(약 8천만리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석유 소비량 증가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2022년 SUV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천만톤 증가해 10억톤에 이르렀다. 승용차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1.2%에서 2022년 31.4%로 3배 가까이 뛰었다.
2022년 현재 일반 승용차는 9억5690만대, SUV는 3억2990만대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기존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빠르게 늘리는 것도 큰몫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다양한 전기차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10년대 후반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엔 전기차 판매 대수가 처음으로 1천만대를 넘었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SUV 시장에서도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의 경우 전 세계 전기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이 SUV였으며, 전체 SUV 판매량의 16%가 전기차였다.
그러나 전기차 여부와 상관없이 SUV 수요 급증 자체가 탄소중립엔 큰 부담 요인이다. SUV에는 더 큰 배터리가 필요하므로 전기 SUV 시장이 성장할수록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 수요가 더욱 증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