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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30년 안에 세계인구 정점

등록 2023-04-17 09:57수정 2023-04-17 10:19

2050년 86억 정점…경제발전 연계 예측 결과
세계 인구의 정점이 30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Joseph Chan/Unsplash
세계 인구의 정점이 30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Joseph Chan/Unsplash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은 7월11일이다. 50억명을 돌파한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그 해가 1987년이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2022년 11월 세계 인구는 80억명을 돌파했다.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계속될까? 유엔 인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37년 90억명을 넘어서고 이후에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간다. 2086년이나 돼야 104억명으로 정점을 찍고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예측을 거스르는 인구 변동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인구 1위 중국이 예상보다 10년 빠른 2022년에 인구 감소 사태를 맞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의 인구 감소도 예상보다 8년 앞선 2021년에 시작됐다.

세계 경제가 지난 50년간의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면 세계 인구는 30년 안에 인구 정점을 맞을 것(어스포올 시나리오1)이란 새로운 예측이 나왔다. 2050년 86억명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선 뒤, 2100년 70억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다섯가지 정책을 펼 경우엔 세계 인구가 2040년에 85억명으로 정점을 찍고 2100년엔 60억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어스포올 시나리오2)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이 ‘대도약’(Giant Leap)이란 이름을 붙인 다섯가지 정책은 빈곤 감소와 불평등 완화, 여성 지위 향상,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인구 흐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동력은 2060년까지 극빈층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보고서 예측대로라면 1960년대말 파울 에를리히가 경고한 ‘인구 폭탄’은 터지지 않는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은 물론 다른 인구 예측들보다 인구 정점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여성의 교육 성취도를 중시하는 오스트리아의 비트겐슈타인센터는 2070년 94억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엔 90억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여기에 덧붙여 여성의 보건위생, 피임 등까지 계산에 넣은 예측에서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에는 88억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보고서에서 활용한 어스포올 모델은 식량 생산, 소득, 조세, 에너지, 불평등, 교육 같은 더 복잡한 사회, 경제, 환경 요인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연구진은 다른 인구 전망은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데 반해, 이번 예측은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 그리고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동시에 시뮬레이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노르웨이경영대 지속가능성센터 소장 페르 에스펜 스토크네스(Per Espen Stoknes) 교수는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경제 발전은 출산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여성들의 학력과 경제력, 보건위생 수준이 좋아지면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국, 미국 등 세계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현재 세계 인구 증가 흐름은 앙골라, 니제르,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같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을 필두로 한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다.

연구진은 세계 인구 증가를 주도하는 이 나라들이 성공적인 정책을 도입해 경제발전을 이룰 경우 인구 정점은 조만간 정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들 나라의 저출산만으로는 이미 심각해진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는 또 한국, 일본 등에서 보는 것처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보고서는 지구 자연 체계의 최대 수용 능력을 가리키는 ‘행성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과 인구의 관계도 분석했다. ‘행성 한계선’이란 요한 록스트룀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그룹이 2009년 제시한 개념이다. 이들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구 시스템을 9가지로 구분해 각각의 한계선을 정의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9가지 가운데 4가지가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한계를 초과한 것은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토지 사용 변화 △질소·인 순환이다. 아직 한계선에 이르지 않은 나머지 5가지는 △담수 이용 △해양 산성화 △화학물질 오염 △오존층 파괴 △대기 오염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기후변화와 같은 한계선 초과를 부른 주된 요인은 전체 인구 규모가 아니라 세계 부유층 상위 10%의 과도한 탄소발자국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벤 칼레가리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대 교수는 “현재 인구가 가장 크게 늘어나고 있는 지역은 수십년 전 인구 정점에 도달한 지역과 비교할 때 1인당 탄소발자국이 매우 작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인구 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해주지만 우리는 여전히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보다 더 큰 문제인 현재의 과소비 및 과잉생산 패러다임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챌린지 재단(Global Challenges Foundation)의 어스포올(Earth4All) 프로젝트 연구진이 로마클럽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것이다. 어스포올은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평등한 미래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변화 추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국제 연구 조직이다. 로마클럽은 세계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 초반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 환경 오염을 경고하는 ‘성장의 한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비영리 싱크탱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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