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대학원 교수(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
인간의 독보적 영역으로 여겨져 온 예술, 특히 음악 영역에서 놀라운 ‘생산성’으로 무장한 인공지능 작곡가가 인간 작곡가를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예술스타일을 실험하고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유형의 예술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2회 사람과디지털포럼 오후 세션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예술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체험하고 교감하는 시간이다. 유명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을 설계한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대학원 교수(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가 직접 무대에서 시연하고 강의도 한다.
이봄이 작곡하는 방식에 대해 안 교수는 “인간 작곡가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작곡한다”고 말한다. “일단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음악의 장르와 분위기 등을 선택하면, 이봄은 이에 적합한 곡의 형식을 설계하고 그 위에 해당 장르에 어울리는 코드 진행을 생성한다. 여기서 나온 작업 결과를 바탕으로 주어진 코드에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다.” 이 과정을 거쳐 미디(Midi)라는 디지털 악보가 나오면, 여기에 가상 악기의 도움으로 최종 음원을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성된 작품들은 창의성이라는 예술의 본연의 가치를 지닐까? “인공지능 작곡가들은 ‘작곡 속도’를 제외하면 아직 인간 작곡가 대비 모든 부분이 미흡하다”는 게 안 교수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이봄은 인간처럼 작곡 이론을 배우고 여러 노하우와 최신 유행을 학습한다. “따라서 일종의 ‘계산적 창의성’(Computational Creativity)을 지니며 결과물도 예술적 작품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과거에 작곡은 고도로 숙련된 예술가의 고유한 영역이었는데, 이제 특별한 전문성·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가능하다. 인공지능 작곡가의 등장으로 인간 작곡가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안 교수는 “인간 작곡가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낙관한다. “인간 작곡가와 인공지능 작곡가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협업하고 공존하는 관계다. 인간 작곡가는 인공지능 작곡가를 활용해 짧은 시간에 좋은 곡을 많이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예술이 직면해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저작권이다. 이봄도 다르지 않다. 국내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된다”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감정과 철학이 들어가지 않으면 창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만든 곡을 인간 작곡가들이 조금만 변형해 자신의 것이라 주장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만든 곡과 비슷한 느낌의 곡을 만들면 표절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이른 시간 내에 인공지능 저작권에 대한 논의 및 법제가 마련되어야 하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전체 저작권이 아니라 어떤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이름표 정도만을 표시하는 협소한 개념의 인공지능 저작권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열리는 원탁토론에서는 ‘챗지피티 시대: 예술의 미래, 인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박재연 아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여러 패널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 약력
-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대학원 교수
- <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
-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