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 헤먼트는 아티스트이자 영국 에든버러대학 미래연구소 교수다. 에든버러대 미래연구소는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을 배출하는 등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이 높다. 헤먼트는 예술, 인공지능, 데이터를 열쇳말로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실험을 시도하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2009년에는 인류의 지적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로 구성된 영국 왕립예술학회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헤먼트는 예술의 의미는 항상 유동적이며,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예술도 변했고, 지금은 혁명적인 순간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예술과 문화를 실천하고 경험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주제로 오는 16일 사람과디지털포럼 오후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드루 헤먼트를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나보았다.
-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예술과 문화를 실천하고 경험하는 방식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생성형 인공지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창작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경이로운 창작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훌륭한 예술에는 여전히 통찰력 있고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 아티스트가 있다.”
- 인공지능은 예술가들에게 기회일까? 위협일까?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한 작품 실험도 급증했다. 오늘날 아티스트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예술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예술의 의미는 항상 유동적이며,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예술도 변화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지금은 혁명적인 순간이다.”
- 인간 아티스트와 인공지능 아티스트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마치 야누스와 같아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인간과 기계의 창작물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공지능은 발전했지만, 학습된 과거 데이터의 문제로 인해 편견이 재생산되기도 한다.현재 업계 표준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이미지, 텍스트와 같은 데이터는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것들로, 원저작자의 허가나 정당한 보상 없이 이루어졌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며 나는 라이선스 있는 이미지로 학습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로인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더 강력한 중앙 집중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인공지능은 예술 과정 전반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나?
“우리는 이미 소더비 경매에서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예술 작품이 판매되는 것을 보았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은 미술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놓고 있다. 인공지능은 창조적 작업에 수반되는 반복 작업을 줄이면서 엄청난 효율성을 보인다. 나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거나 인공지능을 주제로 창작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해왔다. 이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도전한다는 점에서 ‘비판적 인공지능 아티스트’다.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이야말로 흥미롭고 영감이 충만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 인공지능을 이용한 창작은 예술 작업 문턱을 낮추어 예술의 민주화를 이끈다는 견해도 있다.
“인쇄기는 문자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했고, 개인용 컴퓨터는 데이터 처리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했다. 인공지능 도구는 더 많은 사람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는 '블랙박스화'되어 있어 많은 부분이 감춰줘 있기 때문에 창작 과정의 내부에 접근하기 어렵다.”
-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아티스트에게 특히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시대에는 세 가지 주요 '창작자'가 있다. 기술 개발자,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의 원저자, 그리고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는 작품의 창작자이자 큐레이터, 리믹서(기존 예술을 다른 형태로 변화시켜 재탄생시키는 방법)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 당신의 작업 중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예술가, 과학자, 엔지니어 및 여러 전문가들이 협력한 실천 사례를 소개해달라.
“훌륭한 아티스트는 도구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내가 이끄는 ‘뉴 리얼’(The New Real)은 인공지능과 예술을 결합해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술을 통해 영감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한 예로 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약력
- 영국 에든버러대학 교수
- 에든버러대학 인공지능, 창의성 및 미래 연구 허브 설립
- 2009년 영국 왕립예술학회 회원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