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자기모순적 프라이버시 정책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페이스북의 성공을 일군 기본 원칙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정보 유출과 악용 등으로 인한 외부 압력에 밀려 새로운 생존 원칙을 표명했는데, 이는 자기모순을 넘어 자기부정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3월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위주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계획’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한 프라이버시 중심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5년간 페이스북이 디지털 광장(town square)의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집안 거실(living room)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 사적으로 연결되고픈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인터넷의 미래를 언급하면서, “현재의 공개된 플랫폼보다 프라이버시 위주의 소통플랫폼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일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더 개인적이고, 암호화된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의 메시지 플랫폼 서비스에 종단간(end to end) 암호화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구보존이 아니라 글을 쓴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삭제되게 하고 보안이 취약한 국가에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겠다는 개선책도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올해 초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현재 별도의 플랫폼으로 구성된 메신저 서비스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자 한 이용자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싫어요‘ 버튼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다.정작 자신은 거의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저커버그는 이 글에 "그럼 ‘화났어요‘를 이용하라"고 댓글을 달았다.
저커버그는 6일 공개한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이런 종류의 플랫폼을 개발할 능력도 없고 원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 안다”며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고 그동안 더 개방적 공유를 위한 도구에 초점을 둬왔다”고 인정했다.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중심’ 서비스를 말하는 것은, 단순히 정책의 변경이 아니다. 회사와 서비스의 존립 가능성 자체를 묻는 근본적 정책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상품화하고 유통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들이에게 제공하고 광고주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회사이기 때문이다. 2018년 20억명 이용자에 도달한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550억달러, 이익률은 경이적인 45%였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유통과 상품화’라는 근본적인 사업모델을 버릴 수 있을까?
저커버그, 과거 “프라이버시는 더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수년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The Age of Privacy is Over)”라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설립 이후 온라인에서 프라이버시의 난폭한 파괴자였다. 저커버그는 2010년 1월 미국의 정보기술 매체인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2004년 내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왜 각자 웹사이트를 가져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 개인적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사회 규범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페이스북 창업시에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만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지금 페이스북을 창업한다면 가입자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고 싶다.”
수년전 인터뷰이지만, 저커버그의 깊은 속내와 페이스북의 기본 서비스 원칙과 지향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 끊임없이 더 많은 개인적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독려한다. 얼굴인식 기술이 등장하자 이를 적용해, 모르는 사람의 촬영사진에 올라 있는 내 얼굴까지 자동으로 인식하고 태깅을 유도해 더 많은 공개와 연결을 추구한다.
저커버그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과 페이스북 수백만 이용자 정보유출로 홍역을 치르면서도, 프라이버시 공개 디폴트 세팅(초기설정) 값을 변경하는 데 결사적으로 저항해왔다.
2018년 4월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 대량 유출로 인해,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 소환당한 저커버그에게 민주당 프랭크 팔론 의원이 “이용자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폴트 설정을 바꿀 용의가 있는지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추궁했다. 저커버그는 당황했지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답변으로 빠져나갔고, 팔론 의원으로부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은 일이 있다.
MIT테크리뷰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마크 저커버그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댓글에 대한 답변에서, 뉴스피드 등 기존의 서비스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저커버그가 밝힌 ‘프라이버시 중심’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이용자 신뢰 위기와 기업 분할 압박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또한번의 ‘립서비스’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가 여럿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크 저버그의 프라이버시는 페이스북으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기사에서 여전히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올리는 글과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읽어들이는 구조를 전혀 변경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과학기술 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리뷰>의 에디터 콘스탄틴 카카이스는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라며 이번 발표가 ‘속임수’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페이스북이 엄청난 수익을 올려온 사업모델에 대한 언급없이 일부 서비스에 암호화를 적용하고 데이터 저장소의 보안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6일 글에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등 기존 서비스 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암호화된 개인간 메시징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카카이스는 프라이버시는 암호화를 통한 비밀 유지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페이스북의 푸시 알림은 프라이버시와 성찰의 여지를 없애는 기술이다. 카카이스는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하며, 적어도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성공과 이윤의 엔진으로 삼아온 ‘프라이버시 상품화’를 과연 포기할 것인지, 저커버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모순적 태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