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이용해 날마다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 여부를 파악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보건 통계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일까, 안좋은 일일까? 공중 보건과 디지털 감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문제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광범하게 도입되어 쓰이고 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지난 23일 중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2000여곳에 도입돼 있는 건강검진 로봇의 실태를 보도했다. 워크레이크(Walklake)라는 이 로봇은 키 1m에 박스형 몸집을 지니고 웃는 표정의 만화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로봇 이마엔 적외선 온도계가 달려 있고, 눈과 입, 가슴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 아이들은 등원할 때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로봇 앞에 서서 눈을 맞추고 입을 벌리고 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검진을 받는다. 3초면 충분하다. 동영상을 보면, 등원한 아이들이 로봇에게 달려가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는 동작 등을 하며 검사를 받는다. 아이들은 친근하게 생긴 ‘로봇의사’와의 아침 만남을 꺼리지 않는다.
중국 유치원 등 2000여 보육기관에 2017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건강검진 로봇 워크레이크.
이 로봇은 아이들의 몸을 스캔하는 방식을 통해 발열, 결막염, 수족구, 충혈, 수두, 인후염 등의 질환 의심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의심스런 증상이 보고되면 교사와 간호사 등에 의해 다시 검사가 이뤄져 귀가와 치료 등 추가적 조처가 이뤄진다. 로봇은 전체 학생을 검진한 건강데이터를 종합해 매일 질병 모니터 보고서를 만들어 학교장에게 보낸다. 중국의 초등학교 취학전 보육기관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2살부터 6살까지 아이들이 다니며, 이들 기관에 2017년부터 도입된 검진로봇 워크레이트의 가격은 기능에 따라 1000만원 안팎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유아들의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어린이집에서 아침마다 발열 검진 등을 실시할 것을 권고해왔다.
몸 상태를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을 로봇이 검진하는 일은 장점과 함께 우려도 적지않다.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의 터프츠대학 캐런 패네타 교수는 “많은 인구에 비해 숙련된 의료인이 부족한 지역에서 훌륭한 건강 모니터링 수단”이라며 검진로봇이 더 널리 쓰이게 되면 보건 당국자들은 검진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확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예방적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바스대학의 조앤너 브라이슨 교수는 “아이들에게 검진로봇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인터넷에 저장되고 전송되는 데이터는 해킹될 수 있으며 다른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유려했다.
중국 유치원 등 2000여 보육기관에 2017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건강검진 로봇 워크레이크.
앵글리아 러스킨대학의 응급의학 의사인 스티븐 휴스 박사는 검진로봇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회견에서 “전염병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개인정보를 수집· 축적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진로봇으로 인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결국 차별을 받게 되며 경미한 질환들은 지나치게 불안하게 여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의사의 도입은 더 중요한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공중보건과 개인의 건강을 위해 어릴 때부터 로봇을 향해 입을 벌리고 눈을 맞추는 등 의 행동을 습관화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감시사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의 시도가 다른 나라와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원격 의료만이 아니라 전염성 질환과 공중보건의 영역에도 로봇검진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