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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일상을 바꾼 ‘코로나19’…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등록 2020-03-16 06:00수정 2020-03-16 10:12

[곽노필의 미래창]
세계화·도시화·자연파괴·온난화
감염병 확산 부르는 문명 징표들
공포심이 비대면 생활·기술 촉진
피해 줄이려면 가짜뉴스 근절 시급
팬데믹 상황을 가정한 도상훈련 ‘이벤트 201’ 한 장면.
팬데믹 상황을 가정한 도상훈련 ‘이벤트 201’ 한 장면.

2019년 10월18일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한 도상훈련 ‘이벤트 201’이었다. 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상의 상황이 주어졌다.

“팬데믹은 인수공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시작됐다. 박쥐에서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왔다. 증상은 경미하지만 전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브라질 돼지 축사에서 발원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거치면서 세계로 급속히 확산된다. 1년 안엔 백신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공포에 휩싸인 세계 경제는 위축된다. 세계 총생산(GDP)이 11% 감소한다. 가짜정보가 난무해 감염병 퇴치에 애를 먹는다. 18개월이 지나 수천만명이 희생되고서야 사태는 종료된다.”

놀랍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 양상을 보는 듯하다. 이번 사태는 예견 범주에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 세계 감염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연간 200개에 육박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발생한 악명 높은 감염병은 모두 바이러스에서 비롯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가 잠재적 감염병 후보군으로 추적하는 것만 7천건에 이른다. 어느 사이엔가 바이러스 감염이 일상이 된 `바이러스 뉴노멀 시대'가 된 셈이다. 단지 우리가 정색을 하고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20세기 들어 본격화한 세계화는 번영과 함께 위기도 세계화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한 곳의 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이어졌다. 핵무기, 기후변화가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는 그 세번째 후보에 팬데믹을 올려놓는다.

감염병 확산에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몇가지 흐름이 있다. 우선 세계화의 확대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항공편이 바이러스의 전파의 가장 큰 통로가 됐다. 연간 40억명 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하고 국제 교역 규모는 전 세계 지디피의 60%에 이른다. 둘째는 도시화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바이러스 확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55%인 도시화율은 2050년 70%로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는 자연 파괴다. 개발로 인해 자연 공간은 축소되고 인간의 공간이 확대됐다. 자연 세계에 머물던 바이러스와 그만큼 가까와졌다. 넷째는 기후변화다. 지구 온난화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을 옮기는 모기의 서식지가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온라인 실시간 강의 모습. 기초학부 박종래 교수가 연구실에서 블랙버드 콜라보레이트 울트라 기능을 이용해 디자인 사고 과목 수업을 하고 있다. DGIST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온라인 실시간 강의 모습. 기초학부 박종래 교수가 연구실에서 블랙버드 콜라보레이트 울트라 기능을 이용해 디자인 사고 과목 수업을 하고 있다. DGIST 제공.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휩쓸어간 흑사병은 노동력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이는 봉건제 기반을 흔들고 노동력을 대신할 기술 개발을 촉진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격리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까? 성급한 질문일 수 있지만 급격히 확산되는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방식의 소통과 거래를 전면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일상은 이를 뒷받침하는 통신, 화상, 증강현실, 플랫폼 등의 기술엔 새로운 기회다. 반면 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한 기존 기술과 사업엔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가 올 수 있다. 업무와 생활 방식의 변화는 그에 걸맞은 사무 공간과 주택 구조를 부를 것이다. 기업은 이를 새로운 효율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인공지능, 자동화 확대의 또 다른 명분이 될 수 있다. 전통과 새것의 힘겨루기가 더욱 거세지고, 변화를 통해 얻는 자와 잃는 자간의 갈등과 충돌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팬데믹이 가져올 변화는 삶의 질을 높일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지위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국가간 장벽이 생길 수도 있음을 목격한 기업들은 앞으로 위험 회피를 위한 해외공장 분산에 더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은 감염자보다 훨씬 더 많은 건강인들의 삶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에볼라, 메르스 감염병 당시 감염자와 관련한 경제 손실은 전체의 40%에 불과했다. 60%는 감염을 피하려는 비감염자들의 행동 변화에서 비롯됐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공포심, 잘못된 정보가 주된 역할을 했다. ‘이벤트 201’ 참석자들은 미래 감염병 대책으로 7가지를 제안하면서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더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미래 설계는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만드는 건 정부와 민간 사이의 신뢰다. 정부와 민간을 잇는 언론의 책무가 더 무거워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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