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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침투 막는 물질 2종 확인…돌기단백질 묶는 렉틴

등록 2021-08-12 09:59수정 2021-08-12 15:53

백신 집단면역 회의론에 치료제 역할 다시 주목
바이러스의 침투력 원천은 돌기단백질 당 분자
수용체결합영역 떠받치는 당 분자가 핵심 물질
두 가지 렉틴(Clec4g, CD209c)이 세포진입 차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위)이 인간 세포 수용체(아래)에 결합하려는 순간, 돌기단백질에 달라붙은 빨간색 렉틴(Clec4g) 단백질이 수용체 결합을 차단한다. 위 바이러스에서 녹색이 돌기단백질, 노란색이 당 분자다. 아래 세포에선 파란색이 수용체 단백질, 보라색이 당분자다. ©IMP/IMBA Graphics 202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위)이 인간 세포 수용체(아래)에 결합하려는 순간, 돌기단백질에 달라붙은 빨간색 렉틴(Clec4g) 단백질이 수용체 결합을 차단한다. 위 바이러스에서 녹색이 돌기단백질, 노란색이 당 분자다. 아래 세포에선 파란색이 수용체 단백질, 보라색이 당분자다. ©IMP/IMBA Graphics 2021.

감염력과 전파력이 강해진 델타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우세종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 팬데믹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델타 변이가 백신 예방 효과를 크게 떨어뜨려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백신그룹 대표인 앤드류 폴라드 교수는 10일(현지시각) 하원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게 됐으며, 백신이 코로나 확산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 인구의 면역이라는 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이 (이룰 수 없는) ‘신화’라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접종률 60%를 넘긴 이스라엘, 영국 등의 사례를 보면 70%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라면, 앞으로는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코로나 대응 전략에서 더 중요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력의 핵심은 외피에 솟아 있는 돌기단백질이다. 돌기단백질이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ACE2)과 결합하는 것이 감염의 시발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백신들도 이 돌기단백질을 이용해 항체 형성을 유도한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에서도 돌기단백질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이후 십수년 만에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돌기단백질에 온통 위장막을 뒤집어쓴 모습이다. 마치 늑대가 ‘양의 탈’을 뒤집어쓴 것처럼 당 분자(글리칸)들이 돌기단백질을 뒤덮고 있다. 다만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는 RBD(수용체결합영역)에선 두 개의 당분자가, 자전거의 받침대처럼 옆에서 RBD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당분자를 제거하거나 무력화하면 세포 수용체 결합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녹색)가 돌기단백질이다. 한 바이러스 입자에 24~40개의 돌기단백질이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녹색)가 돌기단백질이다. 한 바이러스 입자에 24~40개의 돌기단백질이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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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세포의 렉틴에서 차단 물질 2종 확인

오스트리아과학원분자생명과학연구소(IMBA)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진이 돌기단백질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당 분자와, 이를 공략하는 물질을 찾아내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엠보(EMBO) 저널’ 8월10일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돌기단백질의 ‘아킬레스건’에 비유하며 범용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탄수화물의 특정 당 분자와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 ‘렉틴’이란 이름의 단백질이다. 렉틴은 대부분의 생물체에 존재한다. 동물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렉틴은 세포 간 접착, 면역 방어, 세포 신호 전달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요제프 페닝거(Josef Penninger) 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은 보도자료에서 “렉틴의 특성으로 볼 때, 직관적으로 렉틴이 당으로 뒤덮인 돌기단백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돌기단백질의 당분자와 결합하는 렉틴을 확인하면 강력한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포유동물의 세포 표면에 있는 140종 이상의 렉틴 단백질을 대상으로 일일이 시험했다. 그 결과 두 가지 렉틴(Clec4g, CD209c)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과 강력하게 결합한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넣었다는 걸 뜻한다”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페닝거 연구실의 스테판 메레이터 연구원은 “이 메커니즘은 과학자들이 갈망해 온 ‘아킬레스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돌기단백질의 당 분자들 위치도. 빨간색 타원이 렉틴이 결합하는 당 분자(N343)다. 돌기단백질의 세포수용체 결합 영역(RBD)을 감싸고 있는 물질이다. 사이언스 2020년 7월17일치(DOI: 10.1126/science.abb9983)
돌기단백질의 당 분자들 위치도. 빨간색 타원이 렉틴이 결합하는 당 분자(N343)다. 돌기단백질의 세포수용체 결합 영역(RBD)을 감싸고 있는 물질이다. 사이언스 2020년 7월17일치(DOI: 10.1126/science.abb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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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이체에 존재…범용 치료제로 연결될 수도

‘양의 탈’에서 ‘아킬레스건’을 찾기까지는 렉틴과 돌기단백질 사이의 결합 강도와 부위를 측정할 수 있는 첨단기술의 덕을 봤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렉틴이 돌기단백질의 당분자 중에서도 ‘N343’과 결합한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N343은 돌기단백질이 세포에 결합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변이가 이뤄지더라도 손실되지 않는다”며 “만약 이 당 분자가 없다면 돌기단백질은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N343이 돌연변이된 바이러스는 감염성이 없다는 점은 이전의 다른 연구팀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N343 당 분자가 없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연구진의 논리적 추론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두 가지 렉틴이 인간 폐 세포의 감염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이 두가지 렉틴을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모든 변이에 통용되는 범용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페닝거 교수팀은 현재 생체공학 기술로 만든 세포 수용체 단백질을 이용한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페닝거 교수는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는 관문을 차단하는 약물”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물질을 포유동물의 렉틴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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