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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식물성 식단은 코로나 위험을 낮춰줄까

등록 2021-09-15 09:59수정 2021-09-15 10:45

미·영 60만명 식생활과 코로나 감염 관계 분석
채식생활자, 발병 위험 9%·중증 위험 41% 낮아
건강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건강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질환은 코로나 감염 및 중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질환들은 식단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평소 섭취하는 식단과 코로나19 위험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계열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진이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이나 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BMJ)의 위장병학 분야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59만2571명을 대상으로 식생활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렇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를 규명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식생활과 코로나 감염 취약성 사이의 연결고리 가운데 일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6개국 3000명의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식물성 식단이 코로나19의 중등도 또는 중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가 있었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24일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연구 참가자를 모집해 2020년 12월2일까지 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팬데믹 이전과 이후(2020년 2월과 7~8월)의 식습관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어 과일, 채소 등 건강에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식물성 식품의 비중에 기반한 식단 점수를 사용해 식단의 질을 평가해 4개 등급으로 나눴다. 참가자들 가운데 추적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3만1831명이었다.

연구진이 참가자들의 식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식단 점수에서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보다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9% 낮았으며 중증 위험은 41% 낮았다.

연구를 이끈 조디 메리노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경향은 다른 건강 행동, 사회적 요인, 지역사회의 바이러스 전파율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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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식단과 빈곤 상황 겹치면 위험 증폭

연구진은 또 코로나19 위험과 함께 열악한 식단과 개인의 사회경제적 상황 악화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각 요인에 내포된 위험을 합친 것보다도 코로나19 위험을 더욱 높인다는 것도 확인했다. 메리노 박사는 “자체 모델을 돌려본 결과, 두 가지 요인 중 하나가 없었다면 코로나19 감염의 거의 3분의1은 예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 개선이 감염병 질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예비증거들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불포화 지방산인 아리키돈산이나 리놀레산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복제를 일부 억제한다는 이전 연구를 한 사례로 들었다. 연구진은 따라서 영양을 개선하는 방식의 공중보건 정책이 감염병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선정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 혼란에 대응하는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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