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오존 구멍 발견자 등에 ‘생명의미래상’ 수여
사상 최대 크기였던 2006년 9월24일의 남극대륙 상공 오존구멍. 미 항공우주국 제공
2021년 생명의미래상 수상자인 조 파먼, 수전 솔로몬, 스티븐 앤더슨(왼쪽부터). 생명의미래연구소 제공
이들 노력 없었다면 2050년 오존층 붕괴했을 것 몬트리올 의정서의 탄생과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세 사람이 올해 ‘인류를 구한 이름없는 영웅’에 선정됐다. 미국 보스턴의 민간연구단체 생명의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최근 ‘생명의 미래상’(Future of Life Award) 2021년 수상자로 수전 솔로몬(Susan Solomon), 스티븐 앤더슨(Stephen Andersen), 조 파먼(Joe Farman, 1930~2013) 세 사람을 선정했다. 이 상은 과거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특별한 기여를 했음에도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연구소는 “만약 세계가 행동하지 않았다면 전 세계 오존층은 2050년까지 붕괴됐을 것이며 자외선 지수는 2070년 30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외선 지수는 해가 가장 높게 뜨는 시간에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을 지수로 환산한 것으로 기상청 예보의 범위는 2~11이다. 지수가 11을 초과하면 피부암과 백내장 질환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T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 교수가 주도해 2014년 설립한 생명의미래연구소는 2017년부터 이 상을 시상해왔다. 앞서 이 상을 받은 무명의 영웅들은 1960년대와 1980년대 미-소 냉전시절 핵전쟁 위기를 막은 옛 소련의 두 장교(2017·2018),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이끌어낸 미국 분자생물학자(2019), 천연두 근절에 결정적 기여를 한 옛 소련 외교관과 미국의 전염병 학자(2020)였다.
염화불화탄소를 썼던 1980년대의 헤어스프레이 광고. 유튜브 갈무리/복스에서 재인용
남극 상공의 오존층 파괴 가속 원인 밝힌 솔로몬 올해 수상자인 솔로몬 박사는 1986년과 1987년 두차례에 걸쳐 남극대륙의 오존층 구멍을 확인했던 미국 원정조사단을 이끌었다. 그는 이 조사에서 남극권에서만 형성되는 성층권 구름의 상층 표면이 봄철 햇빛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때 오존층 파괴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걸 입증했다. 오존층 파괴 상황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밝힌 그의 연구는 국제사회가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생명의미래연구소는 “그의 연구는 과학계와 정책 입안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1년부터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화학 및 기후프로세스그룹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대기화학 및 기후과학)로 일하고 있다.
몬트리올의정서가 있을 경우와 없었을 경우의 2050년 대기중 오존 농도 예상치 비교. 파란색조가 강할수록 오존이 많이 파괴된 것을 나타낸다. 미 항공우주국
단계적 퇴출 위한 수백가지 해법 모색한 앤더슨 앤더슨 박사는 그 다음 단계인 오존층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1986년 미국 환경보호청(EPA) 소속 공무원으로 오존층 파괴물질 금지 조약에 대한 협상의 미국쪽 대표였다. 그는 의정서 체결 이후 2012년까지 ‘몬트리올의정서 기술 및 경제 평가 패널’의 공동의장을 맡아, 세계의 산업계와 정부 및 학계 지도자들을 두루 접촉하며 염화불화탄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수백가지의 해법을 모색했다. 생명의미래연구소는 “그의 지칠줄 모르는 노력은 몬트리올의정서를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미 거버넌스및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의 연구이사다.
오존층 파괴물질의 사용량 추이.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 발효 이후 급격히 줄었다. 아워월드인데이터/복스에서 재인용
남극대륙 상공 오존층 파괴 처음 확인한 파먼 지금은 고인이 된 파먼 박사는 영국 남극조사단에서 일했던 지구물리학자다. 1985년 그가 속한 남극조사단은 처음으로 남극대륙 상공에서 오존층 구멍을 발견했다. 생명의미래연구소는 “이는 20세기 지구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고 평가했다. 1974년 미국의 화학자 마리오 몰리나와 셰리 롤런드가 제시한 오존층 파괴 가설을 결정적으로 확인해준 이 발견은 오존 구멍을 없애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들의 노력에 기반해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염화불화탄소 소비량은 1980년대 80만톤에서 2014년 156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오존층이 1980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는 염화불화탄소 금지 이후 오존층에 훨씬 덜 위협적인 수소불화탄소(CFC)를 개발해 쓰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수소불화탄소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1000배가 넘는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현재 수소불화탄소에 대해서도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과학기술이란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버린 자리에, 다른 먼지가 다시 날아와서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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