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현지시각) 스타링크 위성을 싣고 궤적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B1052). 스페이스엑스 트위터에서
‘올드스페이스’를 이끌어온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1호 발사에 애를 먹고 있는 사이 ‘뉴스페이스’의 대표주자인 스페이스엑스가 또 다른 우주 기록을 세웠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가 올해 들어 8개월여만에 로켓 발사 40회를 돌파했다. 평균 6일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아올린 셈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로켓 발사(107회)의 거의 40%를 도맡아 진행했다.
스페이스엑스는 4일 밤(한국시각 5일 오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저궤도 인터넷 군집위성 스타링크 51개를 팰컨9 로켓에 실어 쏘아올렸다.
이로써 스페이스엑스는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해의 31회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애초 올해 목표였던 ‘1주일 1회 발사’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위키피디아가 잠정 집계한 올해 발사 계획대로라면 최대 67회 발사도 가능하다.
스페이스엑스는 2023년엔 로켓 100회 발사에 도전할 전망이다. 머스크는 이런 소식을 들었다는 한 언론인의 트위터 게시물에 단 댓글을 통해 2023년 100회 발사를 목표로 세웠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2010년 6월 팰컨9 로켓 발사에 처음 성공한 스페이스엑스는 10년만인 2020년 10월 발사 성공 횟수 100회를 달성했다. 내년에 100회 발사에 성공한다면 그 기간을 10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셈이다.
스페이스엑스는 2019년까지는 한 해 15~20회 발사하다 2020년부터 발사 횟수를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내년에 연간 100회를 달성하려면 한 달에 8번 이상 발사해야 한다. 지난 7월과 8월의 발사 횟수는 각각 6번이었다.
8월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팰컨9 로켓(B1052)이 한국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싣고 이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스페이스엑스의 올해 40번째 발사를 담당한 로켓(B1052)은 공교롭게도 8월4일(현지시각)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쏘아올린 로켓이었다. 다누리호를 발사한 지 꼭 한 달만에 같은 발사대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B1052는 이번 발사로 사용 횟수를 7번으로 늘렸으며, 이날도 발사 8분30초 후 발사장에서 650km 떨어진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8번째 발사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로켓은 애초 3개 추진체로 구성된 팰컨헤비의 측면 부스터로 2019년 4월 처음 사용됐다가 세번째 발사부터 단독으로 우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엑스 팰컨9 1단계 추진체의 최다 사용 기록은 13번이며, 이 기록을 갖고 있는 로켓이 3개다. 로켓 회수 후 재발사까지 최단 기간 기록은 21일이다.
8월25일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겸 수석엔지니어 일론 머스크(왼쪽)와 티모바일의 마이크 시버트 사장이 스페이스엑스의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시제품 앞에서 새로운 스타링크 서비스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티모바일 제공
올해 이뤄진 40회의 로켓 발사 중 26번은 저궤도 인터넷 군집위성 스타링크를 위한 것이었다. 이날은 59번째 스타링크 위성 발사였다. 이날로 2018년 2월 시험위성 발사 이후 지금까지 궤도에 올려보낸 스타링크 위성은 모두 3259개가 됐다. 이 가운데 2992개가 현재 고도 540~570km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다.
스타링크는 2027년까지 1만2천개의 위성을 발사해 전 지구에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추가로 3만개의 위성을 발사한다는 구상도 발표한 바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또 내년에 스타링크 서비스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동통신업체 티모바일과 제휴해 스마트폰 사각지대 고객들에게 모바일 연결 서비스도 시작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미국 대륙, 하와이, 알래스카 일부, 푸에르토리코 등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우선 내년 말까지 일부 지역에서 베타 버전으로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 뒤 이후 음성, 데이터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발사 8분30여초 후에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온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 웹방송 갈무리
이날 발사는 또 스페이스엑스가 운영하는 로켓 합승 프로그램인 ‘라이드셰어’의 6번째 임무이기도 했다.
2021년 1월 시작한 라이드셰어는 미리 발사 일정을 정해 놓고 위성 발사 희망 업체들의 예약을 받아 한꺼번에 발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해 세차례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잉의 비정지궤도 통신 시험위성을 운반하는 궤도이동선(Sherpa-LTC2 OTV)이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함께 실려 올라갔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를 위해 평소보다 스타링크 위성을 9개 적게 실었다.
보잉은 앞으로 이 궤도이동선을 이용해 147개의 광대역 통신 군집위성을 고도 1000km의 저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