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빅뱅 후 5억~7억년이 지난 시기의 우주에서 발견한 6개의 거대 은하. 맨왼쪽 아래 은하는 우리 은하와 별의 숫자는 비슷하지만 밀도는 30배나 높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천문학 사상 최대의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 관측 도중 예상 밖의 거대한 은하를 만났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덴마크, 스페인 4개국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제임스웹이 138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지 5억~7억년이 지난 시기의 우주에서 태양 질량의 최대 1000억배에 이르는 6개의 거대 은하를 발견했다고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우주가 현재 나이의 3%에 불과했던 시기이다.
연구진은 작은 은하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큰 은하로 진화해갔다는 기존 우주론을 뒤엎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이 은하들에 ‘우주 파괴자’(universe breakers)라는 비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조엘 레자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작은 아기 은하만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주의 새벽이라고 생각했던 시기에 우리 은하만큼 성숙한 은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6개의 거대 은하를 발견한 위치.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이번 발견은
지난해 7월 공개된 첫번째 관측 데이터의 후속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적색편이값이 6.5~9.1로 높은 후보군을 살펴보던 중 7.5와 9.1 사이의 적색편이값을 가진 6개 은하 후보를 찾아냈다.
적색편이란 물체가 멀어질수록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져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천체의 나이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빅뱅 이후 지금까지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색편이값이 높을수록 멀리 떨어진, 즉 더 일찍 태어난 천체라고 할 수 있다.
콜로라도볼더대의 에리카 넬슨 박사는 “이미지를 살펴보던 중 비정상적으로 밝고 붉게 보이는 일련의 흐릿한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이 은하들은 질량이 태양의 100억~1000억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태양 질량의 1000억배에 이르는 은하는 우리 은하와 비슷한 규모로, 빅뱅 10억년 후 시점(적색편이값 6)에서는 확인한 바 있지만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서는 찾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관측된 은하의 질량은 예상값을 최대 100배 초과한다며 후속 분광 분석을 통해 확인되면 은하가 우주 역사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거대해졌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최초의 관측사진.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0여년간 100억달러 이상을 들여 개발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난해 7월부터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 공간(라그랑주점)에서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제임스웹이 최초의 관측 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6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초기 우주에 대한 이론을 다시 검토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천체들 중 몇개는 은하가 아닌 초거대질량 블랙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자 교수는 “데이터에 따르면 은하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렇게 먼 시기의 거대 은하 발견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허트포드셔대 엠마 커티스-레이크 교수는 ‘사이언스뉴스’에 “이 은하들 중 일부는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며 “별빛처럼 보이는 것은 블랙홀이 삼키고 있는 가스와 먼지에서 나오는 빛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