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렴균의 항생제 내성이 강해진 것이 중국에서 어린이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어린이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겨울을 맞은 터라, 호흡기 질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유난히 폐렴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 9월 이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의심 환자가 지난해의 18배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중국 보건 당국에 호흡기 질환 확산 추세와 관련한 상세 정보를 요청했다.
이번 호흡기 질환 유행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 지역에서 5월 이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Mycoplasma pneumoniae) 어린이 환자가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코로나19 봉쇄 조처로 인한 면역력 약화, 즉 ‘면역 부채’를 주요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중국에서 유독 마이코플라스 폐렴 환자가 급증한 것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7일 일반적으로 독감과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했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많은 것은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강해진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은 일반적으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세균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한다. 하지만 이 약물을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병원균이 내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연구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폐렴균의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내성률은 70%에서 90% 사이”라고 전했다.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ASM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베이징 환자들한테서 검출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의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내성률은 2008년 68.9%에서 2012년 97.0%로 크게 높아졌다. 홍콩대 벤저민 카울링 교수(전염병학)도 네이처에 “항생제 내성이 올해 폐렴 환자 급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의 크리스틴 젠킨스 교수(호흡기내과)는 “중국의 의료 시스템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좋아졌지만 이미 알고 있는 병원체라 하더라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병원체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코로나19와는 매우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렇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28/aac.02060-12
Surveillance of Macrolide-Resistant Mycoplasma pneumoniae in Beijing, China, from 2008 to 201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