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 시추선. 게티이미지
미국에서 멕시코만 석유 시추권 경매가 진행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미국에선 지난해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2025년부터 석유 시추가 제한되는데, 이번 경매는 그 이전 열리는 마지막 경매다. 미 내무부는 이후 이 지역 경매를 2025년과 2027년, 2029년 단 세 차례만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해마다 두 차례씩 해왔다.
입찰 대상은 필리핀 국토 면적과 비슷한 29만5420㎢(7300만에이커)로, 입찰엔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과 영국 석유회사 셸 등이 참여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낙찰자는 이곳에서 10년 간 시추권을 보장받는다.
미국은 세계 석유 10분의 1을 생산하는 핵심 산유국이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도 여전히 새 유전을 개발하는 등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 초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에서 향후 30년간 5억배럴을 시추하는 대형 유전개발 사업인 ‘윌로우 프로젝트’를 허용한 데 이어, 그 2배 규모인 멕시코만 경매를 시행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경매가 이뤄지는 멕시코만은 멸종위기종인 혹등고래의 잠재 서식지다. 미 내무부는 애초 이 지역 일부의 임대권 매각을 금지하고 선박 통행을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 연방법원은 이런 조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석유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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