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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인간수명·생명관 등 변화 온다”

등록 2010-02-08 17:23

살아 있는 사람의 뇌 속에서 신경섬유 가닥들이 얽히고설켜 뇌의 국소영역 1000곳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첨단기법의 뇌 영상. 새로운 뇌 영상 기법들이 출현하면서 신경과학 분야 연구의 속도도 빨라진다. 출처 미국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
살아 있는 사람의 뇌 속에서 신경섬유 가닥들이 얽히고설켜 뇌의 국소영역 1000곳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첨단기법의 뇌 영상. 새로운 뇌 영상 기법들이 출현하면서 신경과학 분야 연구의 속도도 빨라진다. 출처 미국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
[‘2020년 과학’의 길을 묻다]
게놈 해독, 줄기세포, 뇌 연구 진전
유전체 해독 시간·비용 절감 가속화
뇌 활동 실시간 측정기법 등장
새로운 사회문제·윤리규범 논란도 이어질 것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함께 ‘새로운 10년 동안에 나타날 가장 두드러질 과학의 변화’를 물은 설문에 대해, 과학자들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응답자 61명 가운데 36명가량이 주관식 답변에서 유전체(게놈)·줄기세포 연구, 맞춤형 치료, 신경과학 등을 주로 꼽았다. 이는 물리학·화학 같은 다른 분야 과학자들의 응답에서도 자주 나타났다.

■ 의료와 공장을 바꿀 생명과학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도 유전체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더 빠르고 더 값싸게 해독하는 ‘시퀀싱’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의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유전체 해독 기술은 인간의 30억 염기쌍 정보를 단순 해독하는 일을 하루 만에 마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변하고 있다. 해독된 정보를 분석하는 데엔 아직도 많은 시간·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런 기술 혁신으로 생명과학 연구실뿐 아니라 의료 현장과 화학공정 산업에도 큰 변화가 생겨날 것으로 예견됐다.

김선영 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박사는 “유전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표현되지만 그래도 생명체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전자의 영향”이라며 “유전자 정보를 더 값싸고 쉽게 얻음으로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분야들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용 컴퓨터’(퍼스널 컴퓨터)가 널리 퍼졌듯이 ‘개인 게놈’(퍼스널 게놈) 정보가 더 많아지면서 사회생활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김지현 생명연 박사는 “질병 예측 정보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생물체 합성기술은 유전자조작 생물 논란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며 “우선 인공장기 같은 의공학 분야에서 사회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대부터 주목을 받아온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 줄기세포(iPS)에서도 ‘안전성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 이뤄지면서 ‘재생의학’이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많았다.

‘국가과학자’인 유룡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에 생물학 분야에서 발전한 게놈 구조 분석 기술을 토대로, 향후 10년 동안은 유전자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는 연구가 가장 활황을 맞고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리학자인 국양 서울대 교수는 “유기물의 합성을 지나, 단순 생명체의 합성이 가능해질 것이며 원자·분자·유전자·단백질에 대해 더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작은 우주’ 뇌에 대한 관심 이대열 미국 예일대 교수는 “뇌의 신비를 푸는 일은 의학은 물론이고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정밀 관측하는 첨단 뇌영상 장비가 등장해 신경과학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는 “뇌와 발생은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의 지향점”이라며 “기억·학습·행동 등에 관한 뇌의 신경망 메커니즘이 낮은 차원에서 규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호규 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뇌가 신체와 감정, 마음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지만 아직 명확히 알려진 건 거의 없는데 뇌 활동의 메커니즘이 더 규명되면 몸과 마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서울대 교수는 “여러 퇴행성 뇌질환의 예방·치료제 등장, 여러 사회경제 활동에서 뇌 영상 기구의 활용이 예상되며 사회문제와 윤리규범·법적 문제의 해석에 뇌 연구가 중요한 척도로 등장하겠지만 늘 좋은 영향만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국과학 최대의 장점과 약점’ 설문 응답

도전과 열정, 으뜸 장점은 ‘사람’

“뛰어난 과학 인재들이 성장하고 활약할 수 있게 정부 정책을 잘 펴달라.”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이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함께 벌인 설문조사에서 ‘한국 과학의 최대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묻는 물음에 대해 연구현장의 과학자들이 내놓은 응답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된다. 거의 모든 응답자들은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 과학의 최대 장점으로 ‘우수한 연구인력’을 꼽았으며, 많은 응답자들이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로는 정부의 관료주의, 응용연구 중심의 지원 정책 등을 지적했다.

■ 열정, 도전 … ‘사람이 희망’ 정진하 서울대 교수는 “한국 과학의 최대 장점은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열정”이라며 “주변의 연구·실험실에선 거의 날마다 자정이 넘도록 불이 켜져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과학자들의 응답에서 우리나라 연구 인력이 갖춘 우수한 자질로는 열정, 도전정신, 성실, 근면, 적응력, 추진력 등이 높게 평가됐다.

여러 응답자들은 우수한 과학 인력이 우리 사회에 많이 배출된 데에는 ‘높은 교육열’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유룡 카이스트 교수는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인 우리 국민의 교육열”을 인재 배출의 요인으로 꼽았지만 “그러나 지금 교육은 지식 습득 위주라 창의성 높은 인재를 키우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몇몇 응답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 “선택과 집중의 능력” 등을 장점으로 꼽았으며, 일부는 “기초과학 연구의 인프라가 세계 수준”이라고 평했다.

■ ‘정부 정책 관료화·획일화’ 지적 응답자들은 한국 과학의 장점보다는 약점을 더 많이 들추어 지적했는데, 주로 정부 정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다수 과학자들은 “단기 성과나 실용화 중심으로 연구개발 지원이 이뤄져 기초과학의 다양성이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으며, 일부는 “정부의 관료화와 지나친 개입이 창의적 과학 연구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국외의 한 연구자는 “세계 곳곳에 훌륭한 한국인 과학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고국에서 활동하기를 꺼린다는 점은 한국이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연구자일수록 과학자들의 연구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어서, 30대 연구자는 “한국 과학의 장점은 없으며 최대 걸림돌은 기초과학 연구자의 협소한 시야와 무능력”이라고 말했고, 다른 30대 연구자도 “선진기술을 배우고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연구환경을 바꿀 노력은 하지 않고 그 탓만 한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 풍조도 큰 걸림돌로 지적됐으며, 동료 연구자의 연구 계획·성과를 평가하는 ‘동료심사’(피어 리뷰)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점도 우리 과학의 약점으로 꼽혔다. 한 연구자는 “로비와 정치에 능숙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잘못된 구조”가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미흡한 연구윤리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국외 거주 과학자의 답변에서 눈에 띄었다. 오철우 기자

◎ 2020 예측

● 생명

“향후 10년, 짧게는 5년 안에 단백질이나 화학물질을 이용해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iPS)의 임상시험이 허가되고 줄기세포 연구가 임상에 직접 응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범 막스플랑크연구회 연구원

“이제 디엔에이에 담긴 유전 정보를 본격 해석함으로써 생명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난치 질병의 병든 세포와 조직을 새로운 세포로 바꿔주는 줄기세포 치료법이 본격화할 것이다.”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

“3년 안에 1000달러로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서정선 서울대 교수

“개인별 유전체 정보를 수집해 적절한 상황에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세계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이고, 개인의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약물이나 치료에 대한 특이 반응을 미리 확인해 개인별로 차별화한 치료를 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이경상 미국 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

“유전자 염기서열 해독 방법의 획기적 발달로 인해 생물학, 의학, 농학, 약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혁 자생식물연구사업단장

“자연계의 유전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로부터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인류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다. 야생동물에 있는 인플루엔자를 모두 파악한다면 신종 플루 같은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천종식 서울대 교수

“유전자 조작,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이 현대인의 생각(생명관, 우주관 등)과 생활을 가장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

“생명공학, 정보기술, 나노기술이 접목된 융합기술(BINT)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과 생활을 바꿀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 개인 맞춤형 의약학 등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과학기술대학장

● 뇌

“포유동물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기법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대열 예일대 교수

“뇌 기능을 신경과학의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연구가 급속히 진전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뇌라는 생체 하드웨어 중심의 연구가 제공하는 구체적 응용 범위의 한계가 인식되리라 본다.” 이정모 성균관대 교수

“여러 퇴행성 뇌질환의 예방·치료제 등장과 여러 사회경제 활동에서 뇌영상 기구의 활용이 예상되며, 뇌 연구가 사회문제, 윤리규범, 법적 문제의 해석에 중요한 척도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상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김경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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