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우린 이미 사이보그” vs “지금은 혁신 정체기”

등록 2017-01-03 10:24수정 2017-01-10 09:41

새해기획-4차 산업혁명
인간혁명의 갈림길 ① 인간 노동 존중 않는 혁명은 실패한다
현재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 엇갈려
‘4차 산업혁명’ 막 올랐다는 주장에
로버트 고든 “IT 외 영역 정체” 비판
“산업혁명론, 성장낙관 전파용” 지적도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리학, 생물학 기술이 융합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픽사베이 이미지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리학, 생물학 기술이 융합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픽사베이 이미지

가장 ‘미래적 인간’으로 손꼽히곤 하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6월 온라인 기술매체 <레코드>가 주최한 ‘코드 콘퍼런스 2016’에서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라고 주장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자아를 만들고 수백만 명에게 메시지를 전파하는 ‘사이보그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힘(정보력)은 20년 전 미국 대통령의 정보력을 능가”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초인공지능의 지적 능력 앞에서는 “애완 고양이”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출력”하는 기술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신경 레이스’라는 기술에 주목했다. 옷의 레이스 같은 망을 머리에 씌워, 이를 통해 뇌를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키보드를 두드릴 필요 없이 생각을 바로 디지털화할 수 있다면 인간도 인공지능과 겨뤄 볼 만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술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반대로 인간이 기술을 따라잡을 방법을 모색하는 현실은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리학, 생물학 기술이 융합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보통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공장식 생산의 시작, 2차는 전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 3차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혁명을 말한다. 4차는 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혁명 막이 올랐다”고 주창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비판론도 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금이 전례 없는 ‘혁신의 시대’라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지난해 6월 국제통화기금(IMF)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인류 역사에서 독특한 경제 발전 시기는 1870년부터 1970년까지”라며 “우리는 혁신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요란하게 혁신을 말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유흥, 통신 그리고 정보의 수집·처리라는 인간 활동의 협소한 영역에만 한정될 뿐 먹고 입고 살고 일하는 나머지 중요 영역의 혁신은 1970년 이후 정체됐다”는 것이다. 고든 교수의 분석을 보면,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1920~70년 평균 2.82%였는데, 1970년부터 2014년까지는 고작 1.62%에 불과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이를 두고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했는데, 고작 140자(트위터)를 얻었다”고 비꼰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옹호자들은 인터넷이 창출하는 부의 가치는 집계가 어렵고 인공지능·유전자 기술 등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효과를 내기 전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답한다. 설사 지금이 혁신의 시기라 해도 단선적인 성장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진보적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는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직전에 있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차 세계대전 뒤 매 10~20년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담론이 등장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가 지도자들에게 우리가 자연스러운 발전의 과정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게 중요”해졌고 이 때문에 산업혁명론이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인간을 파괴할 수 있게 된 현실 앞에서도 여전히 끝없는 성장의 낙관론을 전파하기 위한 도구라는 지적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