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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 진짜 볕들 날은 ‘태양전지’에 달렸다

등록 2017-04-17 11:33수정 2017-04-17 13:06

[미래] ‘백가쟁명’ 태양전지 개발 경쟁

태양광발전 용량은 ‘원전 228기’
전기공급 비중은 아직 1% 그쳐
“2020년대 초반 발전단가 역전”

지구에 도착하는 태양에너지는
연간 석유 소비량 무려 1만배
무진장 꺼내 쓸 수 있는 노다지

실리콘 태양전지는 값비싼 게 흠
염료감응·유기전지는 효율 낮아
페로브스카이트전지 급성장 눈길
한국 연구팀이 최고 효율로 선두
‘효율·값·내구성’ 세 토끼 잡을까

【2020년이면 세계 태양광 시스템 평균가격이 1W당 1달러 미만까지 떨어져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효율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시스템 가격도 비싸다. 태양광 시대의 주역을 맡으려 각양각색의 태양전지가 각축 중이다.】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15년 228기가와트(GW)에 이르렀다. 원전 228기에 맞먹는 전력량이다. 2012년에 처음 100GW를 넘은 뒤 3년 만에 두배로 늘었다. 2015년에만 51GW가 새로 설치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04메가와트(㎿)가 늘어 누적 용량은 4519㎿(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추정치)로 집계됐다. 2012년 295㎿와 비교하면 15배로 증가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광속 성장’ 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16년 1분기 세계 태양광 시스템 평균가격이 전년도보다 7% 하락한 와트당 1.2달러를 기록했다”며 “2020년에는 1달러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 ‘재생에너지월드’(renewableenergyworld.com)는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스페인과 미국, 인도 등은 조만간,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0년께 도달할 것이다. 나머지 국가들도 2020년대 초반이면 모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이미 이 단계에 이르러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자발적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없앴음에도 꾸준히 태양광 발전 용량이 늘고 있다.

화석연료에서 태양광으로의 전환시대

인류는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철기 시대로 진보해 왔듯이, 화석연료·원자력 시대에서 태양광 시대로 옮아가는 전환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석기 시대가 종말을 맞은 건 돌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듯, 태양광 시대로의 전환은 석유·우라늄 고갈이 아니라 태양전지의 효율과 가격의 획기적 개선에 달려 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대(유니스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커피머신처럼 집에 직접 설치해 이익이 생긴다고 하면 태양전지를 스스로 설치할 것이다. 관건은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가격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약 1억2500만GW에 이른다. 석유로 환산하면 100조톤이다. 2013년 세계 화석연료 연간 소비량이 석유로 환산해 110억4천만톤인 것과 비교하면 인류가 받는 태양 에너지는 1만배에 이른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으로, 우리나라의 태양광 기술적 잠재량은 설비용량의 경우 7451GW, 석유로 따지면 8억7천만톤에 해당한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하듯이,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전기로 바꿔야 한다.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 원리 곧 ‘광전효과’는 1893년 프랑스 물리학자 에드몽 베크렐이 처음 발견했다. 광전효과는 반도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와 양쪽 극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초기 태양전지는 셀레늄(Se)을 이용했는데 효율이 1~2%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태양전지 개발은 1954년 미국 벨연구소가 실리콘(Si) 기반의 태양전지를 만들어 효율을 4%까지 끌어올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태양전지의 효율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태양전지 시스템 가격도 시장이 원하는 만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태양광발전분과의 ‘2015년 세계 발전원별 전기 공급 비중’ 자료를 보면 태양광 발전은 전체의 1.2%만을 담당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전기 수요의 76%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를 눈앞에 둔 성적표로는 보잘것없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 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사무국’(EERE)이 발간하는 <2015 신재생에너지 보고서>에서 분석한 태양전지 시장은 1세대인 실리콘계(결정질)가 93%(다결정계 69%, 단결정계 24%)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계는 재료가 흔하고 튼튼하다는 장점 때문에 일찌감치 태양전지의 안방을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소개할 때 제시되는 벼 모판처럼 생긴 네모난 모양의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계 결정질 태양전지다. 실리콘은 모래에 들어 있다. 석영(차돌)인 실리카(SiO₂·이산화규소)에서 산소만 떼어내면 실리콘이 된다. 문제는 산소를 제거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데 있다. 철광석(FeO₃)에서 철을 떼어내려 코크스를 태워 용광로에서 녹이는 것처럼, 실리카를 전기아크로 안에 넣고 1500~2000도의 열을 가해 녹여야 한다. 고온에서 휘발성 화합물로 정류해야 고순도 실리콘이 얻어진다. 태양전지에 쓰이는 실리콘은 99.×%에서 소수점 이하 9가 9~11개에 이를 정도의 높은 순도를 지녀야 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자기 자신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막대한 화석연료 에너지를 써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투자비가 큰 만큼 오래 써야 이익이 되는 점도 실리콘 태양전지의 한계다.

세계 태양광 시장은 결정질 태양전지의 아성에 좀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유기 태양전지 등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도 있지만 실리콘 박막(2%), 카드뮴-텔루라이드(CdTe·2%), 구리·인듐·갈륨·셀레늄 화합물(CIGS·3%) 태양전지는 상용화해 전체 태양광 시장의 7%를 감당하고 있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큰 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고 건물 벽처럼 태양과 직각을 이루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효율이 낮아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 결정질 태양전지의 경우 적당한 온도(15도 안팎) 환경과 직사광선이 유지돼야 최고 효율이 나온다. 광합성을 본떠 빛을 쬐면 표면의 염료 분자가 전자를 내어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DSSC)는 실리콘계보다 제작비가 20~30%에 불과해 주목을 받았지만 등장한 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효율이 12%대에 머물러 있다. 유기 태양전지는 의복을 짜는 것처럼 제작단가가 싼 반면 효율이 낮고 물성이 낮아 오래 쓰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전지 효율 현황판.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전지 효율 현황판.
페로브스카이트전지 2018년 상용화 첫단추 예측

근래 들어서는 무기계와 유기계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태양전지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용어는 특정 화학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롭스키가 천연광석인 티탄산칼슘(CaTiO₃)에서 처음 발견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염료 대신 태양전지에 처음 적용한 건 2009년 일본 연구팀이었지만 효율이 3~4%에 불과해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물질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2012년이다. 그해 한국-스위스 공동연구팀과 영국-일본 연구팀, 석상일 교수 연구팀 등 세 그룹이 거의 동시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성과를 <사이언스> 등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하지만 석 교수팀은 나머지 두 그룹의 태양전지가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적용한 것과 달리, 동작 원리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같으면서 재료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한 새로운 방식의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현재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전지 효율 현황판에 페로브스카이트는 최대 효율이 22.1%로 기록돼 있다. 석 교수팀이 지난해 달성한 것으로, 실험실에서는 효율이 22.6%까지 측정됐다고 석 교수는 밝혔다. 실리콘 결정질 태양전지와 비슷한 효율이지만 7년 만에 5배라는 성장속도는 여느 태양전지를 훨씬 뛰어넘는다. 2015년에는 <사이언스>의 10대 주목받을 기술에 오르고, 지난해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10대 유망기술에 뽑혔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독성인 납이 재료에 들어가고 습기에 약하며 내구성 보장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석 교수는 “지난해 <네이처 에너지>에 실린 리뷰논문을 보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필요한 납은 1㎡·1㎝에 0.4g 정도여서, 태양전지를 들판에 설치해 재해나 재난으로 땅속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납(0.3~1.2g/㎡·㎝)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수분에 대한 취약성은 캡슐화로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 교수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새로운 재료와 공정으로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저온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제시장분석기관인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2018년 후반에 상용화되기 시작해 2021년께면 본격적인 양산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인포그래픽 최광일 기자 di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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