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량 변화 추세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네이처 지구과학> 제공
국제공동연구팀이 지구 온난화와 인류의 개발 활동에 의해 지구 내륙 지역의 저류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어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악화시키고 향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것임을 예고하는 보고 논문을 <네이처 지구과학> 1일(한국시각)치에 실었다.
수자원은 하천물이 바다로 이어지지 않는 대륙 안쪽의 내륙 지역에서는 매우 귀하다. 이들 지역을 과학 용어로는 ‘엔도레익 분지’(endorheic basin)라고 한다. 논문 주저자인 미국 캔자스주립대 지리학과 왕지다 교수는 “몇십년 동안 엔도레익 분지의 수자원 평형 상태에 작은 변화들이 늘어난다는 증좌들이 발견돼왔다. 여기에는 말라가는 아랄해, 저류량이 줄어드는 아라비아반도, 감소하는 유라시아 빙하 등이 포함된다. 이런 증거를 보고 전대륙 5분의 1을 차지하는 엔도레익 시스템에서 수자원이 총체적으로 상실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6개국 연구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지구상 물의 질량 변화를 측정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항공우주센터의 ‘그레이스’(GRACE·중력 회복과 기후실험) 위성들이 관측한 2002~2016년 자료를 토대로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천억톤에 이르는 수량이 전지구 엔도레익 분지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것은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호수의 5배, 세계 최대 인공호수인 미드호의 3배에 해당하는 물이 엔도레익 분지에서 증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 교수는 “놀랍게도 엔도레익 분지의 물 손실은 그린란드와 남극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에서 일어나는 수자원 변화율의 두 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엔도레익 분지와 달리 물이 분지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 바다로 흘러가는 ‘엑소레익’(exorheic) 분지는 대륙의 대부분 지역에 존재한다. 나일강, 아마존강, 양츠강, 미시시피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엑소레익 분지에서 일어나는 수자원 부존 변화의 특징은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기후시스템의 중요한 순환들과 궤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도레익 분지의 수량 감소는 이런 단기적인 자연 변동성과 관련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내륙 지역의 수자원 평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장기 기후변화와 인간의 수자원 관리 곧 하천 개발, 댐 건설, 지하수 개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도레익 수량 감소는 두가지 결과를 낳는다. 건조한 엔도레익 지역에서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뿐더러 지구 환경문제의 중요한 요소 곧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하는데, 하나는 전지구 온도의 상승으로 바닷물이 열팽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로 물이 유입되는 것이다.
엔도레익 시스템과 엑소레익 시스템에서의 월별 육상 저수량의 변화 추세를 기가톤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및 남빙양은 제외됐다. 오른쪽 축은 엘리뇨-남방진동(ENSO) 지수로
논문 공저자인 중국과학원 난징지리호소연구소의 송춘챠오 연구원은 “지구의 수권은 항상 보존된다. 엔도레익 분지에서 수자원 부존이 감소한다고 해서 (지구에서) 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엔도레익 시스템에서 감소한 물은 수증기 유동을 통해 엑소레익 시스템으로 옮겨간다. 물이 일단 내륙에 갇혀 있지 않게 되면 바다의 수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분석 기간 14년 동안의 관찰을 통해 엔도레익 수량의 상실이 4㎜의 해수면 상승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결코 작지 않은 양이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해수면 상승의 10%에 해당한다. 그린란드와 남극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의 빙하 감소량의 절반에 해당하고, 지구 지하수 소비량과 맞먹는다.
논문 공저자인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의 와다 요시히데 박사는 “최근 엔도레익 분지에서 사라진 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최근에 벌어지는 엔도레익 물 상실이 계속된다면 10년 안에 엑소레익 시스템으로 추가되는 물이 해수면 상승의 중요한 요인으로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복합임무 위성의 관측과 수문모델을 결합해 분석해보니 전지구 엔도레익 물 상실이 호수나 저수지, 빙하 등 지표뿐만 아니라 토양 수분과 지하 저수조 등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 교수는 “엔도레익 물 상실은 지역별로 다른 요인들을 모두 합한 것이다. 예로 엔도레익 지역인 중앙 유라시아에서 물 손실의 절반 가까이는 아랄해나 카스피해, 우르미아호 같은 거대한 말단 호수 등 지표와 아시아 고원 빙하의 감소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빙하의 감소는 지구온난화의 결과인 반면 말단 호수에서의 수량 감소는 기상학적 가뭄과 장기간에 걸친 수원지의 개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다. 반대로 엔도레익 사하라사막과 아라비아반도에서의 물 상실은 지하수 난개발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그레이트베이슨(미국 서부의 네바다, 유타, 캘리포니아, 오레곤, 아이다호주에 걸친 큰 분지)을 포함한 엔도레익 북미 지역에서는 가뭄에 따른 토양 수분 감소가 지역 물 상실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와 솔턴호 수면에서의 물 손실은 연간 3억톤에 이른다. 이는 상당부분 광물채굴과 관개 개발에 기인한다.
논문 공저자인 캐나다 서스캐처원대의 국제물안보연구소 소장인 제이 패미글리에티는 “세계 엔도레익 분지에서의 물 상실은 기후변화가 이미 사막이거나 사막화하고 있는 지역을 얼마나 더 건조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다른 한편으로 지하수 채취와 같은 인간의 행위는 이런 사막화를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H6s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