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대표농도경로 RCP 8.5) 기후가 지역별로 어느 시기의 과거와 유사한지를 보여주는 그림. 2100을 넘어서면 과거 어느 시기에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후가 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모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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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현재대로 진행되면 2030년에는 지구 기후가 300만년 전의 플라이오세 중기로 역주행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면 2150년의 기후는 따뜻하고 빙하가 거의 사라졌던 5천만년 전의 에오세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0일(현지시각)치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브리스톨대, 컬럼비아대, 리즈대, 나사 고다드우주연구소, 국립대기연구소 등과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가 제시한 미래 기후 예측과 에오세 초기, 플라이오세 중기, 마지막 간빙기(LIG·12만9천~11만6천년 전), 홀로세 중기(6천만년 전), 1859년 전의 산업혁명 이전 시기와 20세기 초기 등 과거 지질연대의 기후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을 전혀 감축하지 않는 것을 상정한 대표농도경로 8.5(RCP8.5) 시나리오와 온실가스 배출을 어느 정도 감축하는 대표농도경로 4.5(RCP 4.5) 시나리오로 나눠, 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 모델(HadCM3), 고다드우주센터의 모델(GISS), 미국 대학연합이 운용하는 전지구 모델(CCSM) 등 세가지 기후모델을 이용해 시뮬레이션했다.
논문 주저자인 존 윌리엄스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인 케빈 버키는 “과거의 관점에서 미래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일찍이 인류한테는 미지의 땅이다.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매우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어 수세기 안에 지구가 먼 과거로 역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생존하고 있는 모든 동식물은 에오세와 플라이오세에 생존했던 조상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인간과 우리에게 친숙한 동식물이 이 빠른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변화 속도는 일찍이 지구상에서 어떤 생명체도 경험해보지 못한 빠르기이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007년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이 20세기 초반부터의 기후 역사 기록과 미래 기후 예측을 비교한 선행 연구에 이은 것이다. 연구팀은 좀더 먼 지질학적 과거까지 조사하고 비교를 확장하기 위해 기후 조건에 좀더 강화된 데이터를 삽입했다.
6500만년 전부터 미래의 2200년까지 지구 기후 변화. 오른쪽 끝부분은 온실가스 배출 4가지 시나리오(대표농도경로)에 따른 예측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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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교수는 “우리는 과거를 척도로 삼아 미래를 이해할 수 있다. 미래는 우리가 한평생 경험하는 어떤 것과도 다를 것이다. 사람들은 세계가 지금으로부터 5년 뒤, 10년 뒤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지구 역사의 지질학적 유사성을 이용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천만년 전인 에오세에는 지구 대륙이 좀더 가까이 붙어 있었고 지구 평균 온도는 오늘날보다 섭씨 13도(화씨 23.4도) 높았다. 공룡들은 곧 사라졌고 고래나 말 조상 같은 초기 포유류가 전지구로 퍼져나갔다. 북극은 오늘날 미국 남부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한 습지대였다.
330만~300만년 전인 플라이오세에는 남미와 북미가 붙어 있었고 기후는 건조했으며 해륙교를 통해 동물들은 대륙들로 퍼져나갔고 히말라야가 생성됐다. 기온은 오늘날보다 섭씨 1.8~3.6도(화씨 3.2~6.5도) 높았다.
연구팀이 RCP 8.5와 RCP 4.5 두 시나리오와 세 가지 모델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지구 기후는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까지,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까지 플라이오세 중기와 비슷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어느 정도 감축하는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기후가 플라이오세 중기와 같은 상태가 유지됐지만, RCP 8.5에서는 기후가 계속 따뜻해져 2100년이면 에오세와 비슷해지기 시작해 2150년이면 완전히 에오세와 같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모델들은 기후변화가 맨처음에는 대륙 중심부에서 시작해 차츰 바깥쪽으로 확산한다고 모사했다. 기온은 올라가고 강수량은 늘어나며 빙하는 녹고 기후는 극 주변까지 따뜻해진다.
윌리엄스 교수는 “위스콘신주의 매디슨이 같은 위도의 워싱턴주 시애틀보다 따뜻해진다. 이번 세기에 지구 평균기온이 3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면 매디슨은 지구 평균의 거의 두 배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지구의 9% 지역에서 지질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후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9%에는 주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미대륙 연안 등 지역이 들어간다.
버키는 “우리는 관측 데이터에 근거해 배출 시나리오의 극단 상황을 추적해본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기후 온난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RCP8.5와 RCP4.5의 중간 정도에 머물 수 있다면 극단의 상태가 아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