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가뭄과 폭염 등 극한 기상기후 현상은 토양 수분의 변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변화를 일으켜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가뭄과 폭염 등이 토양 수분에 영향을 끼쳐 육지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가뭄과 폭염 등 극한 기상기후 현상으로 토양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들은 토양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아 극심한 건기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도 있고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탄소 저장 능력이 떨어진다. 식물들이 극한 기상현상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가뭄 뒤에 바로 우기가 닥쳐도 영향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이런 악순환이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빈번한 극한 기상기후 현상과 더불어 장기적인 사막화가 진행될 수 있다. 이 결과 적응하는 초목의 종류가 바뀌고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세계 육지는 아직 탄소 흡수능력의 증가율이 상당하다. 달리 표현하면 이산화탄소 흡수계(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넓은 삼림지대)는 아직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에 바로 나서지 않으면 몇십년 안에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지구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지난해에도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에서만 3.4%가 상승했다. 현재 해양과 숲 등 육상 생물권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50% 정도를 흡수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콜롬비아대 지구 연구소 소속 피에르 젠틴 지구와 환경공학 교수는 “토양이 현재와 같은 정도로 인위적 배출가스를 계속 흡수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토양의 배출가스 흡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결과를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잦은 가뭄과 폭염 등에 따른 토양 수분의 변동성(SMVAR)과 사막화 등에 따른 토양 수분의 장기 추세(SMTREND)로 인한 초목 총광합성량(GPP)의 최근(1971~2000년
연구팀은 가뭄과 홍수, 장기 사막화 추세 등 물 순환의 변동이 육지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초목과 토양에 저장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순생물군계생산량’(NBP)을 계산했다. 연구팀의 4개의 지구시스템모델에서 도출한 데이터를 이용해 토양 수분 변화에 따른 장기 영향(사막화 등)과 단기 변동성(홍수나 가뭄 등 극한 기상현상)을 배제한 이산화탄소 증감을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줄리아 그린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극한 기상기후 변화나 장기 추세가 없다면 순생물군계생산량 값, 이 경우 토양 표층의 순탄소증가량은 거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만약 토양 수분이 현재처럼 순생물군계생산량을 계속 감소시키면 토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이번 세기 중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 내용 핵심은 21세기 말까지 현재의 비율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계속 늘어나면 육지의 이산화탄소 흡수계 확대는 40년 안에 정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이후에는 이전보다 이산화탄소가 적게 흡수되고 그만큼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빠져나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젠틴 교수는 “토양 수분은 토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면에서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후모델에서 이를 계산하는 과정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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