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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지구 온난화가 ‘축복’인 그린란드

등록 2019-02-13 09:49수정 2022-01-04 14:03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온난화로 빙하 녹아내려 퇴적물 증가
세계 연간 해양 모래·자갈 8% 감당 
골재 가치 그린란드 국내총생산 절반
“환경영향평가·국민참여 전제 돼야”
세계 해양에 공급되는 연간 침전물의 8%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나온다.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세계 해양에 공급되는 연간 침전물의 8%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나온다.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지구 온난화가 그린란드에는 경제적 ‘축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덴마크와 미국 공동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기슭에 퇴적물이 쌓임에 따라 그린란드에서는 골재를 외국에 수출하는, 예기치 못한 경제적 기회를 얻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 11일(현지시각)치에 실었다.

콜로라도주립대 ‘북극과 고산연구소’(INSTAAR)의 메트 벤딕슨은 “그린란드의 빙하는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해변에 공급한다. 전지구 해양에 공급되는 연간 퇴적물의 8%가 그린란드 빙하에서 나온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이 숫자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등 북극권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 특히 현재 취약한 상업 어업과 일부 거대산업에의 과도한 의존성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그린란드는 광업이나 석유 개발, 관광 등 경제활동의 다양화를 위해 여러 해 동안 노력해왔지만 진도는 게걸음이다. 실업률은 10%에 이르고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모래 부존량은 전세계적인 도시화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덕에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최근 몇십년 동안 빠른 속도로 고갈돼가고 있다. 건물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골재는 1900년에서 2010년 110년 동안 23배 늘어났다. 골재 수요량은 2017년 현재 연간 9.55기가톤, 시장가격은 995억달러에 이르는데, 2100년에는 481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의 도시화와 인구 증가는 골재의 수요량은 계속 늘릴 것이다. 세계 인구는 76억명에서 2050년 98억명, 2100년에는 11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카운티는 향후 50년 동안 인구가 25%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에 따라 골재 수요가 연간 0.013~0.016기가톤씩 0.76기가톤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도시개발과 확장, 골재 채취 인근 주민의 반대 등으로 골재 수요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채취가 허가된 곳의 골재량은 2035년까지밖에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애리조나주립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 등 공동연구팀은 독특하지만 타당한 수익성 분석을 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해변에 공급되는 모래의 양은 그린란드 국내총생산(GDP) 22억2천달러(2015년)의 절반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 가치는 현재 세계 모래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25년 안에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이리나 오버림 콜로라도대 교수는 “연구 결과는 드물지만 기후변화가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빙하로 인해 형성된 2개의 삼각주 돌출부에 모래가 쌓이고 있다. 먼 곳의 삼각주 전면에서 흘러나온 부유침전물이 잉여배출수가 돼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 제공
빙하로 인해 형성된 2개의 삼각주 돌출부에 모래가 쌓이고 있다. 먼 곳의 삼각주 전면에서 흘러나온 부유침전물이 잉여배출수가 돼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 제공
하지만 골재 개발이 북극의 자연 지형에 변경을 초래한다는 점은 논란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골재 채취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세심한 영향평가가 필요하고 그린란드 사회의 동의 아래 실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코펜하겐대 덴마크국립자연사박물관의 미니크 로싱 교수는 “그린란드가 모레 수출로 이득을 얻으려면 지역적, 지구적 자원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그린란드 국민은 논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린란드는 엄격한 자원등록제와 인증제를 갖춰야 하고 산업체는 개발에 따른 잠재적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대 라스 이버슨 연구원은 “연구를 시작했을 때 연구 결과가 그린란드에서 모래 채취 산업의 부흥에 대한 구상을 고양시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과학이 얼마나 예측불가능한 것인지, 우리의 연구가 인류가 맞닥뜨린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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