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열도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위성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지진 한번으로도 수백만톤의 탄소가 바닷속으로 침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탄소 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어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연구해야 할 요소로 평가된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은 20일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후쿠 지진)과 여진에 의해 약 100만톤의 탄소가 해구에 쌓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히말라야산맥에서 1년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탄소 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2011년 일본 도호쿠 해변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은 쓰나미를 일으켜 1만5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00년 이래 네번째로 강력한 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동쪽으로 2.4m 밀려났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당시 지구가 지축에서 25cm 정도 벗어났으며 그 결과 하루 길이가 100만분의 수초 만큼 짧아졌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지질학자인 아라타 키오카는 지진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위성영상 대신 해양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직접 탐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대형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유기물질이 바닷속에 쌓이는지 알기 위해 가장 깊은 곳이 8000여m에 이르는 일본 해구(Japan Trench)를 탐사했다. 이 곳은 지구의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이다. 키오카는 과학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탄소가 확인됐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100만톤의 탄소가 해구에 쌓여 있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해구에 쌓인 이산화탄소 퇴적량을 탐사한 결과 1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이언스 리포츠’ 제공
지진에 의해 운반된 탄소의 엄청난 양은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탄소 순환은 대기와 해양 그리고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을 통해 느리게 순환하는 과정들을 말한다. 키오카는 “하지만 이 주제와 관련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유의 하나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을 방문해야 해서다. 일본 해구는 초심해대의 일부이다. 초심해대는 영어로 ‘헤이들 존’으로, 그리스신화에서 지하를 다스리는 하데스에서 기원한다. 초심해대는 해수면에서 6000m 아래를 가리킨다. 키오카는 “초심해대는 해저 전체 면적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달이나 화성보다 탐사가 덜 이뤄졌다”고 했다.
키오카 연구팀은 국제과학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해구를 여섯 차례 탐사했다. 탐사 중 연구팀은 두 종류의 음파탐지기로 해구의 깊은 곳까지 아주 선명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해구 바닥에 시간 경과에 따른 새로운 퇴적물의 양을 추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11년 지진 이후 변화한 퇴적물 화학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해구 바닥에서부터 여러 개의 퇴적물 코어를 길어올렸다. 길이가 10m에 이르는 코어들은 각각이 육지와 바다에서 기원한 여러 물질들이 어떻게 해구 바닥에 퇴적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질학적 레이어 케이크’ 구실을 했다. 연구팀은 해구에 쌓인 몇 미터 정도의 퇴적물은 2011년 대지진 이후 쌓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독일 연구소에 의뢰해 이 퇴적물 표본을 분석해 코어별 탄소 양을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이 해구 전체에 쌓였을 탄소의 총 양을 추산해보니 100만톤에 이르렀다. 히말라야산맥에서 갠지스-브라마푸트라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탄소는 연간 400만톤에 이른다. 이 양의 4분의 1이 단지 한 차례의 지진에 의해 해구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은 강력한 지진이 지구 탄소 순환에서 차지하고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을 알려준다.
지구 깊숙한 곳에 쌓인 탄소가 전체 탄소 순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일본 해구처럼 섭입대에서 탄소 퇴적물은 지구 내부로 비교적 빠르게 이동해 머물다 화산 분출 때 이산화탄소로 대기로 배출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부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해구에서 좀더 긴 코어를 채취하는 2020년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수백, 수천만년 전의 지구 역사를 상세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