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트윗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 현상을 몇년 동안 겪다보면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 마치 서서히 끊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이상기온이 닥쳐도 5년 정도 지속되면 사람들은 달라진 날씨를 정상으로 여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날씨 기억상실’이 지구 온난화를 덜 심각하게 인식하도록 해 기후변화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와 매사추세츠공대 등 공동연구팀은 “트윗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겨우 2~8년 전에 겪었던 날씨를 정상적인 날씨의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이상 날씨로 인한 감정의 변화는 이 기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5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1280만명이 주고받은 21억8천만개의 트윗을 분석해 어떤 온도가 사람들의 대화글을 만들어내는지 분석했다. 트윗에서 날짜와 지역을 뺀 개인 정보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사람들은 따뜻한 3월이라든지 예상을 뛰어넘는 추운 겨울이라든지 등등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기에 온도가 ‘비정상적(비일상적)’일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날씨가 몇년 동안 지속되면 트위터에서 언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짧은 시간에 그런 날씨를 ‘정상적(일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인류가 기후변화 영향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연구했다. 최근 허리케인이나 대형 산불, 홍수 등 몇몇 극한기상 현상은 이변이나 대재앙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대부분의 기후변화는 연 단위나 10년 단위로 조건들이 꾸준히 나빠지면서 서서히 발생한다. 논문 주저자인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환경과학 및 정책학부 조교수 프랜시스 C. 무어는 “이런 변화 속도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이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공해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변화 속도는 또한 단점이 될 수 있다. 지질학적 시간으로는 분명 급속하게 극적으로 변하는 기후를 사람들은 정상적(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온 변동의 현저성에 대한 기준치의 변화. 그림은 실제로 얼마나 더운지(붉은선)와 사람들이 얼마나 덥다고 생각하고 또 느끼는지(파란색)를 비교한 것이다. ‘PNAS’ 제공
그는 이런 현상을 ‘끓는 물 속 개구리’ 우화에 비유했다. 개구리를 이미 물이 끓는 솥에 집어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지만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를 변하지 않는 조건으로 여겨 결국 익어버리고 만다. 무어는 “과학은 이 이야기가 적어도 개구리에게 진실이 아님을 알려준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인간이 동화 속 개구리와 유사하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트윗 분석에서 기온이 ‘현저성’(비범성)을 잃는 데 5년밖에 걸리지 않는 반면 날씨가 정서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동 감정분석 프로그램(VADER)과 언어정서프로그램(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을 이용해 감정 분석을 해보니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정상적 기온에 대한 트윗 대화는 멈췄지만 폭염으로 짜증이 난다는 등의 정서적 표현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정상 인지화는 비정상적 온도가 초래하는 피해를 극복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우리가 단지 비정상적 온도에 익숙해져갈 뿐이라는 것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고 밝혔다.
무어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명백하고 우려스러운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 감축하지 않으면 다음 세기의 온난화는 지난 50만년 동안의 변화를 뛰어넘을 것이다. 우화속 개구리처럼 기후변화의 점진적 속도는 사람들이 기후변화가 그리 크지 않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도록 속일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날씨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솥 안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