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 수치를 보인 3월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먼지 입자는 충분히 작고 가벼워서 바람에 실려 대기 중에 머물 수 있다. 1㎥ 공기 중에 먼지 입자(에어로졸)는 1~100㎍(마이크로그램)으로 대기권 전체 질량의 0.0000001~0.00001%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작은 양의 먼지가 그 종류에 따라서 기후도 바꿀 수 있다.
대부분의 먼지는 햇빛을 반사해 우주 공간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로 인해 먼지는 지구를 식힐 수 있는데 이를 지구 차광(Global dimming) 효과라고 한다. 이런 구실을 하는 오염먼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황산염 입자다. 공장과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의 화학반응으로 생기는 황산염은 평균적으로 대기 중에 5일 정도 머물기 때문에 그 영향은 발생원 주변 지역에 국한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온실가스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지 않았다. 이는 그 당시 미국, 유럽, 일본이 급격하게 산업화되면서, 황산염을 대량 발생시켜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상쇄시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차광은 지역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1961년에서 1990년까지 남반구에서는 차광 현상이 약하게 나타났지만, 북반구에서는 지상에 도달하는 햇빛이 4~8%가 감소했다.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맑은 공기 법’이 시행되면서 이 지역의 차광이 감소했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에서 차광이 심해졌는데, 이는 급속한 산업화로 그곳에서 대기오염이 일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반면 검은 매연 입자인 검댕(black carbon)은 화석 연료, 바이오 연료, 산불, 농업 폐기물이나 나무 땔감 등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하며 온실가스처럼 작용해 지구 적외선 복사를 흡수해서 공기를 데운다. 검댕도 햇빛을 차단해 지면을 냉각시키지만, 지면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냉각 효과는 대체로 오염원 근처에 한정된다. 반면 공기는 움직이므로 온난화 효과는 더 멀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도 대륙에서 검댕의 영향을 받은 갈색 구름은 햇빛을 차단해 대륙을 냉각시키지만, 히말라야 산기슭 인근으로 확산된 검댕은 지구 적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공기를 가열시킨다. 이는 인도 농업의 원동력이자 계절풍 순환인 몬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인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배출된 검댕이 히말라야 빙하에 내려앉아 검은 망토처럼 덮인다. 이로 인해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서 빙하가 녹아 물 공급원을 위협하기도 한다.
아시아를 장막처럼 덮고 있는 오염 먼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검댕은 햇빛을 흡수해 대기를 데워 온난화를 일으키지만, 황산염은 그늘막으로 작용해 지표면을 식힌다. 이로 인해 아시아 물 순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강우 패턴의 변화는 농업을 포함한 식물 성장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식물 잎들에 퇴적된 오염 먼지는 추가 피해를 발생시킨다.
한편 아시아, 유럽과 북미에서 발생한 검댕은 북극 빙하로 이동해 내려앉는다. 이때도 빙하에 더 많은 열이 흡수되어 더 많이 녹게 된다. 그리고 빙하는 대기를 통과한 햇빛 대부분을 반사하는데, 북극 빙하 지역으로 유럽 스모그가 이동해오면 반사된 햇빛이 지표면으로 되돌아가고 이것은 다시 지표 얼음에서 반사된다. 반사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스모그는 열에너지를 흡수한다. 결국 스모그가 기온을 상승시킨다.
황사와 같은 사막 먼지는 태양 가시광선을 막는 냉각 효과와 지구 적외선 흡수라는 온난 효과를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얼마만큼 미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는 먼지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러나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먼지 없이 살아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먼지 없이 깨끗하기만 한 세상은 숨 막히게 무더울 것이기 때문이다. 구름은 다양한 먼지 주위에 응집한 작은 물방울의 집합체다. 곧 먼지는 구름을 만드는 씨앗(응결핵) 노릇을 한다.
먼지가 없다면 상대습도가 300% 이상이 될 때까지도 구름방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여름철에는 수증기가 구름이 되기 어려워 한증막 상태에 이르고 다른 계절에는 비와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 순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구름이 지구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적잖은 양의 햇빛을 반사한다. 구름은 언제나 지구의 절반가량을 덮고 있다. 구름이 없다면 지구에는 끔찍한 더위가 닥칠 것이다. 한편 날아오른 먼지에서 구름방울이 만들어지고 빗방울로 떨어지면서 대기 중에 축적된 먼지를 쓸어내려 파란 하늘이 드러나게도 한다.
황사, 바닷소금, 화산재와 꽃가루 등 자연 먼지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배출한 황산염도 구름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황산염은 자연 먼지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작은 물방울을 더 많이 만든다. 작은 물방울을 가진 구름은 더 밝고 더 오래가는데 이는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킨다. 그리고 황산염으로 만들어진 구름은 큰 빗방울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강수 효율이 떨어진다.
상층 대류권을 나는 비행기는 수증기와 응결핵 역할을 하는 먼지를 배출해서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비행운(contrail)을 만든다. 비행운은 상층구름이므로 온실가스처럼 햇빛은 투과시키고 지구 적외선 복사는 막아 온난화를 일으킨다. 비행기가 일으키는 전체 온실효과에서 비행운으로 인한 효과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일으키는 온실효과보다 두 배에서 네 배 정도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먼지가 구름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먼지의 ‘간접 효과’라 한다. 반면 먼지가 햇빛이나 지구 적외선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냉각 또는 온난화시키는 것을 먼지의 ‘직접 효과’라 한다. 간접 효과도 직접 효과만큼 중요하게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먼지는 인간 간섭이 기후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할 때 가장 큰 불확실성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대부분 먼지 입자가 열을 흡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해서 지구 전체를 냉각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먼지의 냉각 효과가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한다.
먼지 수명이 온실가스 수명보다 짧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는 100년 이상 지속하는 반면, 황산염의 냉각 효과는 며칠밖에 지속하지 않는다. 이것은 황산염이 제거되면 숨겨져 있던 지구온난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역설적으로 이산화탄소로 인한 위험을 또 다른 위험인 황산염이 막아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황산염이 최대 1도 정도 온난화를 막고 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황산염이 사라지면 즉시 기온이 1도 더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지는 불분명하며 미약한 존재다. 그러나 하찮은 존재로 무시되는 이 작디작은 먼지는 기후변화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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