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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대륙 녹이는 숨은 범인은 ‘비’와 ‘설선’

등록 2019-03-08 12:03수정 2022-01-04 13:58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그린란드 비로 인한 해빙 일상화
전체 해빙건 30%가 비 때문 분석
설선의 이동도 소홀하게 다뤄와
복사량 변동성의 절반을 설명해
그린란드 얼음대륙(빙상)의 해빙 원인으로 강수가 주목받고 있다. 그린란드에서 비가 일상화하고 일부 지역에선 겨울에조차 비가 얼음을 녹아내리게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린란드 얼음대륙(빙상)의 해빙 원인으로 강수가 주목받고 있다. 그린란드에서 비가 일상화하고 일부 지역에선 겨울에조차 비가 얼음을 녹아내리게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린란드의 얼음대륙(빙상)을 녹이는 원인으로 ‘비’와 ‘설선’에 대한 분석이 그동안 소홀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린란드 빙상의 해빙은 세계 해수면 상승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은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에서 강수가 일상화되고 있어 비가 빙상을 녹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지구 빙권>(The Cryosphere) 7일(현지시각)치에 게재했다.

그린란드의 170만㎢ 에 이르는 얼음대륙은 세계 연안 도시들을 충분히 잠기게 할 만큼 많은 담수를 담고 있다. 빙상 위의 따뜻한 공기가 빙상을 녹이는 ‘주범’이지만 비도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중요한 해빙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이 위성영상과 자동기상관측소 20곳의 기록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1979년부터 2012년까지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300건 이상의 해빙이 강수와 연계돼 있다. 강수 원인의 해빙 건수는 조사기간 전반에 연간 2차례였던 것이 2012년에는 12차례로 증가했다. 이 기간에 비로 인한 해빙건은 여름에 발생한 해빙건의 두배에 이르고, 겨울에는 세배에 이른다. 현재는 전체 해빙 건수의 28%가 비에 의한 것이다.

빙상에 비 오기 전 모습과 비 온 뒤 모습. BBC 제공(Joseph M Cook/셰필드대)
빙상에 비 오기 전 모습과 비 온 뒤 모습. BBC 제공(Joseph M Cook/셰필드대)
비가 해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에 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강수는 그린란드에서도 일상적인 기상현상이 돼가고 있다. 강수대역이 점점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에조차 비가 온다. 공기중 수증기가 비로 내리면 그린란드 빙상은 눈보다 얼음으로 덮이게 되고, 얼음은 태양 에너지를 덜 반사하게 돼여름 해빙을 더욱 악화시킨다.

역사적으로 그린란드의 해빙 시기는 5월과 8월 사이였는데, 비로 인해 해빙이 겨울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논문 공저자인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의 마르코 테드스코 교수는 “강수는 겨울 해빙의 유일한 촉발자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그동안 관찰이 소홀했던 분야를 집중 분석했다. 모든 과정과 모든 기상, 모든 시기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야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빙상의 해빙에 설선이 주요 변수임이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브라운대 제공
그린란드 빙상의 해빙에 설선이 주요 변수임이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브라운대 제공
한편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의 해빙률을 결정하는 또다른 요소가 그동안 과소평가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얼음대륙 설선(높은 산에서 만년설이 시작되는 부분의 경계선, 그 위쪽은 눈으로 덮여 있고 아래쪽은 나빙 곧 얼음이 놓여 있다)의 높이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위성영상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설선 높이는 해마다 심하게 변했고 그 변동은 빙상이 흡수하는 태양복사의 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설선 고도의 변화는 빙상의 연간 복사 변동성의 절반 이상을 설명해준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6일(현지시각)치에 보고했다.

알프스산맥 빙하의 설선에 대한 연구는 진행돼 왔지만 그린란드 빙상 설선에 대한 연구는 처음이다. 논문 주저자인 브라운대의 박사후 연구원 조너선 라이언은 “ 국지 기후 모델들은 설선의 예측에 부정확하다. 모델들이 설선을 잘 모사하지 못해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설선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혀내고 설선의 위치를 직접 관찰해 모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선이 중요한 것은 눈과 나빙의 반사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눈은 매우 밝아서 햇빛의 대부분을 대기로 되돌려보내지만 나빙은 상대적으로 어두워 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그 결과 얼음이 열을 받아 녹아내린다. 이 과정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린란드 빙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설선의 이동이 해마다 어느 정도의 해빙을 일으키는지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드론을 띄워 설선과 나빙의 위치를 조사하던 중 바람이 강해 며칠 비행 관측을 못하다 드론을 띄우고선 깜짝 놀랐다. 라이언은 “설선이 별안간 사라져버렸다. 며칠 사이에 30㎞ 이상 이동해 드론 관측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착안해 연구팀은 나사(NASA) 테라 위성의 분광복사기(MODIS)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2001~2017년 사이 설선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눈과 얼음의 반사율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계절별, 연도별 설선의 이동이 확인됐다. 빙상이 가장 많이 녹아내렸던 2012년의 설선 고도가 가장 높았다. 반사율 조사에서 눈은 평균 79%를 반사하는 반면 얼음은 45~57%를 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선의 위치가 경년 복사량 변동성의 53%를 설명한다는 것도 연구팀은 알아냈다. 설선의 위치는 나빙 자체보다 에너지 흡수에 5배 더 영향력이 강했다. 논문 공저자인 브라운대의 로런스 스미스는 “우리는 방안의 코끼리를 놓치고 있었다. 그것은 설선이다”라고 말했다.

♣H6s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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