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절정을 보인 지난해 4월8일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겨울 외투를 입은 아이를 안고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4월 7~8일 전북 임실의 최저기온은 각각 영하 0.4도와 영하 2.3도를 기록했다. 12일 동안 최저기온이 영상을 유지하고 이틀 전까지도 10도 가까이 치솟았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권으로 돌아서며 움트던 싹들이 얼어 죽는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전북 전체의 꽃샘추위 피해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0배인 29㎢에 이르렀다.
꽃샘추위는 기상 용어가 아니다. 어느 계절에 어떤 상황을 꽃샘추위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기상 현상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5년에 한 번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 정도의 특이하고 아주 드문 기상현상을 이상기상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기후요소의 관측값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면 3년에 한 번 정도는 정상범위를 벗어나고 25년에 한 번 정도는 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 2배 범위를 벗어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기후요소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전제를 한 것이다. 기상현상 발생은 정확하게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기에 미국 해양대기청(NOAA) 국가기후자료센터(NCDC)는 한 지역에서 과거에 관측된 기상자료를 크기 순으로 나열해 최상위나 최하위 10%에 들면, 곧 10년에 한 번 미만으로 발생하면 이상기상으로 본다.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이 학술지 <한국기후변화학회지>(JCCR)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1981~2016년 36년 동안 이상기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7년으로 평균 14.31회였다. 가장 적었던 해는 1983년으로 평균 5.85회다. 연구팀은 이상기상을 기온(고온·저온), 강수량(다우·과우), 일조시간(다조·과조) 세 가지 요소에 국한해 세계기상기구가 정의한 방식으로 기상청 소속 61곳의 관측지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기온의 경우 36개 지점 연 평균기온은 12.6도로, 10년에 0.316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가운데 2016년 연 평균기온이 13.7도로 가장 높았고, 1981년이 11.5도로 가장 낮았다. 강수량은 연 평균 1358.1㎜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는 없었다. 2003년이 1913.3㎜로 가장 많았고, 1988년이 898.0㎜로 가장 적었다. 일조시간은 연 평균 2227.5시간으로 조사기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1982년이 2479.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2007년이 1924.0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세 요소를 모두 합한 여섯가지 이상기상 발생 횟수는 연평균 9.83회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 요소 가운데는 이상고온과 이상과조는 많이 증가한 반면 이상저온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상강수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36년 동안 61개 관측지점에서 연평균 이상기온은 1.69회 발생했는데, 이상고온이 0.84회, 이상저온 0.85회로 비슷했다. 이상기온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충북 청주로 연평균 2.11회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 성산으로 1.25회가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02년이 4.75회로 가장 많았고, 1982년이 0.18회로 가장 적었다.
이상고온은 2014년에는 3.02회나 발생한 반면 1995년과 1996년에는 모든 지점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고온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원 원주로 연 평균 1.17회가 발생했다.
이상강수는 조사기간 전 지역에서 연 평균 6.7회가 발생했으며 이상다우(2.09회)보다는 이상과우(4.61회)가 많이 발생했다. 이상 강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북 영덕으로 연 평균 8.67회가 발생했으며, 가장 적은 곳은 울릉도로 4.83회였다. 연도별로는 1997년이 가장 많았고(10.93회), 1983년이 가장 적었다(3.92회).
이상일조는 연 평균 1.4회가 발생했는데, 이상다조(0.48회)보다는 이상과조(0.96회)가 두배 많았다. 이상일조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원 대관령으로 연 평균 2.03회가, 가장 적었던 지역은 강원 홍천과 충남 보령으로 연 평균 1.06회였다.
세 가지 이상기상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북 영덕과 영천으로 각 연평균 11.78회와 11.47회가 발생했다. 가장 적게 발생한 곳은 울릉도(7.36회)와 제주(8.08회)로, 이들 지역을 제외한 내륙에서는 광주가 8.31회로 가장 적었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남동쪽인 남부 해안과 영남 내륙을 중심으로 이상기상이 많이 발생하고 남서쪽인 차령남부 평야와 호남 내륙, 노령소백산간지대에서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해 작물의 생육과 생산성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근 이상고온과 이상과조의 증가 경향을 고려해 고온과 일조 부족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농업부문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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