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동연구팀이 15년치 위성영상을 분석해, 오염물질 제거로 대기가 깨끗해지면 구름의 햇볕 반사력이 줄어들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통설이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레딩대·옥스퍼드대와 독일 라이프치히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MODIS)이 촬영한 근적외선 영상 15년치를 분석해 구름에 나타나는 ‘오염 발자국’(pollution track)을 추적했다. 오염 발자국은 석탄화력발전소, 정유소, 제련소, 도시, 선박, 들불 등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 에어로졸에 의해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대기오염이 건강에 해롭지만 역설적이게도 대기 가열을 막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오염 입자들이 구름 속에 더 많은 수적(물방울)을 형성하도록 해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우주로 반사해 내보낸다는 것이 지금까지 통설이었다. 오염된 구름에 오염되지 않은 비오염 구름에 비해 더 작고 많은 물방울이 포함되면 햇볕을 반사하는 전체 표면적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오염된 구름의 햇볕 반사력이 비오염 구름보다 커진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타당한 가설이라면 대기를 깨끗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대기 오염물질이 구름 속 물방울 형성에 미치는 영향 모식도. ‘네이처’ 제공
하지만 국제연구팀이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오염물질이 단선적으로 구름 속 물양을 늘리지 않고 다양한 구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연구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위성영상 가운데 오염 발자국이 남아 있는 수천개의 구름을 전지구에 걸쳐 지역별로 자료화했다. 오염물질에 영향을 받은 구름들은 위성영상에서 더 밝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오염된 구름의 평균 물방울 크기는 비오염 구름에서보다 적어도 30% 가량 작았다. 구름 물양은 오염된 구름이 비오염 구름에 비해 다소 적었다. 전반적으로 에어로졸에 의해 형성되는 구름 물양이 햇볕 반사력에 미치는 영향이 통설보다 다소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지구관측위성(MODIS)의 주간 근적외선 복합영상에 나타난 오염 발자국. 오염된 구름들은 회백색으로
연구 당시 레딩대 기상학과 소속으로, 지금은 에스토니아의 타르투대로 자리를 옮긴 논문 제1저자 벨레 톨 박사는 “지금까지 오염된 대기 안의 입자들 주변에 물방울이 밀집하면 두꺼운 구름이 형성돼 강수가 지연되고 이 구름이 햇볕을 우주로 반사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며 “오염원 가까이에 있는 구름의 위성자료를 분석해보니 오염된 구름에서 평균 구름 물양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물질이 여러 종류의 구름에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름은 두꺼워졌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얇아졌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저자인 레딩대 니콜라스 벨루인 교수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후학자들의 해묵은 걱정거리였다”며 “이번 연구는 오염된 공기가 대기의 가열을 막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대기오염 감축으로 인한 약간의 기온 상승은 좀더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친 온실가스 피해를 막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라고 했다. 벨루인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의 워킹그룹 I 주저자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