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풍속이 최근 10년 동안 증가해 풍력발전 용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의 풍속이 몇 십년 동안 줄어들다 2010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카디프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0일 “최근 10년 동안 전세계 풍속이 증가한 배경은 해양과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라고 분석하며 “이는 풍력 에너지 산업에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연구팀 분석으로, 증가한 풍속으로 풍력발전기 1대당 에너지 생산이 37%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
1980년대 이래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풍속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을 발견했다. ‘대지의 정적’(terrestrial stilling)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풍속의 감소는 작지 않아 세기말까지 지속돼 전지구 풍속이 21%까지 줄어들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은 풍력발전산업의 발전역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무엇이 풍속의 감소를 일으키는지에 의문이 품었다. 지구의 녹지화나 도시화가 지표 거칠기를 키워 풍속을 줄인다는 이론이 제시됐지만 연구팀은 지표 저항 이론만으로 풍속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세계 9000여 곳의 지상 관측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계프로그램으로 분석해 2010년 이후에는 전지구적으로 풍속이 ‘의미 있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증가율은 2010년 이전에 감소율에 비해 3배나 됐다. 연구팀은 풍속 감소의 원인이 지표 저항의 감소 때문이 아니라 해양과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영국 카디프대의 애드리언 샤펠은 “해양 대기 순환에 의해 지표면이 가열되고 이것이 기압 경도를 생성해 바람이 분다”며 “이 순환의 변화가 풍속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표면 거칠기에 의한 저항은 풍속 변화의 부차적 원인일 수 있지만 지표면 저항만으로 풍속에 변화가 발생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물론 대규모 순환과 지표면 거칠기의 변화가 결합돼 풍속에 변화를 가져왔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미국의 풍력발전 잠재력 지수가 10년에 7% 증가한 점을 설명해준다. 물론 기술 혁신이 지수 증가에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지수 상승의 50%는 풍속 증가에 기인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여하튼 풍속의 증가는 풍력발전산업에는 ‘희소식’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샤펠은 “대지 정적의 반전은 가까운 장래에 중위도 국가들의 대규모 고효율 풍력발전시스템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이런 추세가 다음 10년 동안에도 지속된다면 2024년에는 풍력발전기 1대당 발전량이 330만쪽으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