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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코로나19’ 바이러스 3D 지도 완성…백신 개발 가속도

등록 2020-02-20 11:15수정 2020-02-20 19:52

미 연구진, 저온 전자현미경 활용
세포 침투 ‘돌기 단백질’ 입체도
게놈 정보 공개 2주일만에 끝내
사스보다 인간 세포 친화력 20배
백신 완성까진 18~24개월 걸릴듯
미 텍사스오스틴대 연구진이 작성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 입체 구조도. 사이언스 제공
미 텍사스오스틴대 연구진이 작성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 입체 구조도. 사이언스 제공

두달 째 감염자 확산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핵심 단백질의 입체 구조도가 첨단 현미경을 이용해 처음으로 작성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이나 항체 개발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 새 감염병의 공식 명칭을 `코로나 19'(COVID-19)로 확정하면서 백신 개발까지는 대략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 텍사스오스틴대와 국립보건연구소(NIH) 연구진은 19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돌기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 spike protein)의 3D 지도를 발표했다. 이 돌기는 인간 세포 수용체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 증식할 수 있게 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의 생존 열쇠를 쥔 단백질인 셈이다. 돌기 단백질이 일단 인간 세포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바이러스의 막과 인간 세포의 막이 융합해 바이러스 게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이것으로 감염의 첫 단계가 완성된다. 백신의 목표는 이 돌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마다 모양이 서로 다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텍사스오스틴대 분자생화학 교수 제이슨 맥렐런(Jason McLellan)에 따르면 바이러스 공격 방법을 알아내려면 이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진. 바이러스학회에서 붙인 정식 명칭은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이다. NIAID-RML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진. 바이러스학회에서 붙인 정식 명칭은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이다. NIAID-RML 제공

연구진은 중국 연구진이 공개한 바이러스 게놈서열을 토대로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그런 다음 이 유전자 정보로 유전자 샘플을 만든 뒤 포유동물의 세포에 주입해 돌기단백질을 생산했다. 이어 저온전자현미경 (cryo-EM)이라 불리는 초정밀 현미경으로 돌기단백질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해 3D 지도를 완성했다. 이 입체 지도엔 단백질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위치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 바이러스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인간 세포에 결합하는 힘은 더 강력하며 사스 바이러스 항체는 이 바이러스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돌기 단백질을 구성하는 3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나머지 2개보다 더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인간 세포와의 친화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인간 세포 표면의 단백질 수용체 ACE2에 대한 친화력이 사스 바이러스보다 10~20배 높다"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전염력이 강하다는 걸 뜻한다.

중국 연구진으로부터 게놈 정보를 받아 돌기 단백질 샘플을 생산하기까지 2주일, 이어 3차원 지도를 만들고 학술지에 원고를 내기까지 추가로 12일이 걸렸다. 보통 몇달씩 걸리던 작업을 한 달이 안 돼 끝낸 것. 이번 지도 작성은 과학자들이 전례없이 신속하게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 데 따른 성과다. 텍사스오스틴대 연구진 역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선 전 세계 연구진에게 이 지도를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도 이 돌기 단백질을 동물에 주입해 항체 실험을 할 예정이다.

맥렐런 교수는 한두달 안에 임상 1단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지만 백신 완성까지는 18~2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통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에 비하면 이것도 기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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