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사스와 달리 감염 초기에 전염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코로나19’ 감염증의 놀라운 전파력의 비밀은 감염 초기의 엄청난 바이러스 배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일 때 바이러스 복제가 가장 활발해 전염력이 최고조에 이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염력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뮌헨 연방미생물학연구소 등 독일 연구진은 사전출판 온라인 논문집 ‘메드알카이브’(medRxiv)에 지난 8일 게시한 논문에서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명 중 증상이 가벼운 7명은 체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감염 후 5일 이전에 정점을 찍었으며, 그 수는 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감염 1~5일 사이에 면봉으로 채취한 표본들은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표본 1개당 평균 바이러스 수는 67만6천개였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았던 것은 감염 4일째에 채취한 인후두 표본으로 1개당 7억1100만개나 됐다. 이는 사스의 최대 바이러스 검출량인 표본당 50만개보다 1400배 많은 것이다. 5일 후부터는 바이러스 수가 서서히 감소했다. 표본 1개당 검출된 바이러스는 평균 5130개였다. 10일이 지난 시점에선 감염력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판단하면, 증상 발현 후 10일이 지난 사람들은 인후두 샘플의 밀리리터당 바이러스 수가 10만개를 밑돌 경우 자가격리를 조건으로 일찍 퇴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스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사스에서는 상부 호흡기관에서 심부 폐 조직으로 확산되는 단계에서 바이러스 흘림(viral shedding)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는 감염 후 7~10일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연구진은 또 인후두에서 증식이 활발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도 사스와 큰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사스에선 이런 경우가 드물었다.
환자 9명 중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증상이 심한 두 환자에게선 바이러스의 정점이 폐렴 초기 단계인 7~10일 사이에 나타났다. 이들의 바이러스 배출은 감염 10~11일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연구진은 드러난 차이점을 종합해 볼 때, 코로나19는 사스와 달리 바이러스의 세포 수용체인 에이스2(ACE2)가 적은 기도 상부조직에서 오히려 바이러스 복제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과학자들의 엄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예비 논문인데다 표본 수도 적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례없이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염자를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해서 10일까지 철저하게 격리시킬 수 있느냐 여부가 세계 대유행병(팬데믹)까지 번진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임을 시사해준다.
연구진은 면봉으로 환자의 코와 목구멍에서 점액을 채취해 바이러스의 양과 상태를 분석했다. 또 혈액과 소변, 대변, 그리고 침과 점액의 혼합물인 가래도 검사했다. 연구진은 특히 바이러스의 감염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증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감염 초기에 목과 코 가래에서 채취한 샘플 속의 바이러스는 증식을 했다. 반면 8일 후에 채취한 샘플의 바이러스는 증식을 하지 않았다. 이는 감염력이 떨어졌다는 걸 가리킨다. 그럼에도 검사에선 여전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인터넷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이번 연구는 코로나19가 완치된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적어도 2주동안 존재할 수 있다는 중국의 연구보고서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수집된 혈액이나 소변, 대변 샘플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들도 증식력이 없었다. 대변의 경우 환자 4명으로부터 감염 6~12일 사이에 13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중국과 세계보건기구의 이전 연구에서는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대변에서 발견됐지만 이것이 실제로 전염을 일으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므로, 대변이 코로나19 전파에 기여하는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6~12일 사이 환자들의 몸에서 항체를 발견했다. 이는 면역 시스템이 감염 직후부터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다만 이런 빠른 면역 반응이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철현 울산의대 교수(미생물학)는 “이번 논문은 감염 경과 별로 호흡기에서 샘플들을 채취해 바이러스의 증식과 감염력을 나눠 살펴본 것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병태생리적 특징을 환자에서 직접 추적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논평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 마이클 오스터홀름(Michael Osterholm) 소장은 <라이브사이언스닷컴>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코로나19를 접근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2020년 3월13일 주철현 교수의 논평을 추가했습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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