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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중부지방 집중호우 ‘더 쎈놈’이 자주 온다

등록 2020-07-02 14:29수정 2022-01-04 12:57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이틀 장마에 강원 영동 200㎜ 넘는 폭우
속초 6월 일강수량 67년 만 역대 1위 경신

서울·인천 호우일수 30년 전 비해 2∼3배
부산·광주·대구는 변화 없어 중부와 차이

울산과기원팀 한반도 강수변화 원인분석
“제트기류 변하고 북태평양고기압 강해져”

광주과기원·기상과학원 대기 변화로 해석
몬순 강화에 ‘대기의 강’ 효과까지 더해져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2011년 7월26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 만리재길에서 차량들이 빗줄기를 뚫고 달리고 있다. 서울에는 이날부터 사흘 동안 587.5㎜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2011년 7월26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 만리재길에서 차량들이 빗줄기를 뚫고 달리고 있다. 서울에는 이날부터 사흘 동안 587.5㎜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달 29∼30일 장맛비로 전국 주요 기상 관측지점 가운데 강원 강릉과 속초, 충남 홍성에서 6월 하루 강수량 역대 1위 값이 경신됐다. 강릉에는 30일 하루에만 250.0㎜의 비가 내려 1996년 6월8일 174.5㎜ 기록을 넘어섰으며, 속초에서도 이날 하루 214.6㎜의 강수량이 기록돼 1953년 6월28일 세워진 기록(160.4㎜)이 67년 만에 깨졌다.

충북 청주에서는 2017년 7월16일 하루에만 290㎜가 넘는 비가 왔는데 특히 오전 7∼8시 1시간 동안 거의 100㎜의 비가 퍼부었다. 서울에서는 2011년 7월26∼28일 사흘 동안 587.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지난달 29∼30일 강원 영동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비는 충청 등 중부와 남해안에도 집중됐다. 기상청 제공
지난달 29∼30일 강원 영동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비는 충청 등 중부와 남해안에도 집중됐다. 기상청 제공
왜 최근 중부지방에 강한 집중호우가 자주 쏟아질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기류가 변하고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차동현 교수 연구팀의 문태호씨(대학원생)는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에서 “서울·인천·대전·대구·광주·울산·부산 등 7개 대도시의 집중호우를 1970∼1994년과 1995∼2018년 두 기간으로 나눠 분석해 보니 서울과 인천은 집중호우 누적강수량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각각 2.3배, 2.8배로 늘어난 데 비해 다른 지역들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발표했다. 호우일수도 서울은 2배, 인천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인천에서는 강수 강도와 강수 시간도 증가했다. 집중호우를 뺀 약한비만 놓고 보면 두 기간 차이가 10%밖에 안 됐다. 연구팀은 기상청 호우주의보 발령 기준을 준거로 일 강수량 80㎜ 이상을 집중호우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중부지방 호우 집중과 강화 현상 원인을 대기 상층과 하층의 변화에서 찾았다. 우선 고도 10㎞ 상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기류인 ‘제트’의 강도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한반도 서쪽은 약해지고 동쪽은 강해졌다. 차동현 교수는 “1994년 이전에는 제트의 중심이 중국 쪽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한반도 쪽으로 이동했다“며 “제트의 오른쪽에 위치한 한반도에 상승기류가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하층의 변화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에 의해 생겨났다. 기후변화로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아시아 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일은 최근 자주 일어난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는 수증기와 제트의 상승기류가 상승 작용을 해 한반도 상공에 비구름을 크게 발달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여름철 몬순 순환에 의해 많은 수증기가 보급되면 집중호우를 만들어내는 필요충분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다. 차 교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수렴대가 북상하는 경향을 보여 중부지방은 집중호우에 의한 강수량이 증가하고 남부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중·남부 강수 패턴 분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지스트)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논문에서 동아시아 여름철 날씨를 지배하는 여름 몬순의 강화가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장마기간 단시간에 더 많은 비가 내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일본에서 2018년 6월말∼7월초 열흘 동안 1000㎜의 비가 쏟아져 1000명 이상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이 발생한 집중호우도 지구온난화에서 비롯한 여름 몬순의 생애주기가 뚜렷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하늘 위의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을 나타내는 ‘대기의 강’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강한 강수를 일으키는 영상이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에 잡혔다. 나사 제공
하늘 위의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을 나타내는 ‘대기의 강’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강한 강수를 일으키는 영상이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에 잡혔다. 나사 제공
여기에 더해 ‘대기의 강’ 효과도 집중호우의 강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장마전선을 따라 수렴대가 오르락내리락할 때 대기의 강이 얹혀지면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연구팀 분석에서 여름철 대기의 강이 유입됐을 때 강수량이 35∼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기의 강은 대기 상층에서 일어나는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 현상을 말한다. 길이가 수천㎞에 이르는 반면 폭은 길이보다 훨씬 작아 띠처럼 보인다. 적도에서 형성된 수증기가 태풍처럼 회오리를 돌며 중위도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촉수처럼 가늘게 뻗어나오기도 한다. 촉수 끝에서는 종종 홍수가 발생한다. 말하자면 하늘 위로 흐르는 강이라 할 수 있다. 대기의 강은 지구 전체로 보면 중위도의 10%도 안 되는 일부 지역에 존재하지만,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수송되는 전체 수증기량의 90%를 대기의 강이 감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과 유럽 서쪽 해안 지역에 강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대기의 강 ‘상륙’이 지목되고 있다.

기상과학원 연구팀이 1975∼2015년 동안 한반도에 유입된 대기의 강 영향을 분석해보니, 여름철에 유입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여름철에 남쪽 지역에서는 특히 대기의 강이 없던 시기에 비해 대기의 강이 있던 시기에 강수량이 35% 증가했다. 남부 해안 지역은 40% 이상 늘어났다. 또 하루에 내리는 비의 양을 나타내는 강수강도가 높은 날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기의 강이 있는 날 하루당 10㎜ 정도 강수량이 증가했다.

변영화 과장은 “기후변화로 대기의 강 발생과 강도가 증가할지 감소할지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지구온난화가 열대지방에서 시작하는 대기 순환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측에 비춰 대기의 강 경향이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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