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과 신종바이러스연구단(CEVI)은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신뢰성을 높일 표준물질을 개발했다. 표준연 제공
월드컵이나 프로야구에서 쓰이는 ‘공인구’는 표준규격에 맞춰 생산된다. 공인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축구의 골이나 야구의 스트라이크가 공정한지 신뢰 논란이 생긴다. 한국연구진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양성 판정이 신뢰할 만한지 판별 기준이 될 표준물질을 개발했다. 중국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판별 재료가 되는 유전체 양은 9배 많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14일 “신종바이러스연구단(CEVI)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했다”며 “코로나19 위양성이나 위음성 등 판정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진단의 효율과 신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진단용 ‘공인구’인 셈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 제조 과정. ①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진 주형 DNA ② DNA를 RNA로 전사 ③ 약 1만개의 작은 방울로 PCR 반응용액 분획획, RNA를 DNA로 역전사 ④ 역전사 된 DNA를 주형으로 중합효소연쇄반응,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DNA가 존재하는 구획이 형광을 냄 ⑤ 구획별로 형광값을 1, 0 디지털로 나눠 읽어 반응에 포함된 특정 염기서열 RNA 개수를 통계적으로 계산. 이를 이용해 표준물질 안 특정 염기서열 RNA 복제 개수 농도를 기준값으로 부여. 표준연 제공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코로나19 진단 방법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T-PCR)이다. 검체를 진단키트에 집어넣으면 진단시약 안에 있는 ‘프라이머’라는 물질이 코로나19에만 나타나는 특이 디엔에이(DNA) 부위에 달라붙어 이를 증폭시킨다. 이때 증폭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를 의미하는 ‘역치 사이클’(Cq) 값이 일정 기준값보다 낮으면 양성, 높으면 음성으로 판정한다.
문제는 진단키트마다 기준값이 다르다는 것이다. 방역 현장에서는 여러 진단키트를 사용하기에 애초 표준물질을 통해 진단키트의 기준값을 정확히 산출해둘 필요가 있다. 표준물질은 ‘답안지가 주어진 문제’이다. 표준물질(문제)과 정확한 측정 결과(답안지)가 있으면 진단키트 생산업체는 자사와 타사 제품을 서로 비교해가며 개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역전사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RT-dPCR)을 이용해 이번 표준물질을 개발했다. 이 방법으로는 유전자의 절대정량이 가능해 검체 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 유무뿐만 아니라 개수까지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다.
국내 사용중인 진단키트에 바로 적용 가능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준이 될 표준물질을 개발한 표준연 연구팀. 왼쪽부터 유희민 선임연구원, 김세일 책임연구원, 이다혜 선임연구원, 배영경 책임연구원. 표준연 제공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준물질은 전체 유전체의 90%를 포함하고 있다. 10%에 지나지 않는 중국 표준물질보다 더 많은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어 바이러스 변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표준물질은 국내에서 사용중인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수출하는 국산 진단키트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표준연 미생물분석표준팀의 김세일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와 더욱 유사한 바이러스 입자 형태의 표준물질 개발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