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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마스크가 거리두기보다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되는 이유

등록 2020-10-06 08:59수정 2020-10-06 10:09

“기침보다 숨쉬기 자체가 감염 경로”
과학자들 또 <사이언스>에 ‘공기감염’ 편지
다른 연구팀 “대화만으로 감염" 연구 발표
실내에서 일상적인 대화만 나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내에서 일상적인 대화만 나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숨쉬기 자체가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라는 주장이 과학자들로부터 또다시 제기됐다. 곧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스프링스해양연구소의 킴벌리 프래더 등 과학자 6명은 5일(현지시각)치 <사이언스>에 보낸 편지에서 “효과적인 코로나19 통제 전략을 세우고 대중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바이러스 전파 방식에 대한 여러 논의를 시급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에어로졸과 비말을 구분하는 크기 기준을 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대신 100마이크로미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온 침방울(비말)에 섞여 전파된다고 밝혀왔다. 비말은 5마이크로미터 이상이어서 멀리 날아가지 못하며, 공기감염이 이뤄지려면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비말핵이나 의료시술 등을 할 때 나올 수 있는 1마이크로미터 안팎의 작은 에어로졸 형태라야 가능하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7월 32개국 과학자 239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제기하면 세계보건기구에 예방수칙을 변경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과학저널에 게재했다.

프래더 등 6명의 과학자는 <사이언스> 편지에서 “10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말에 포함된 바이러스들은 감염환자로부터 2m 안에 몇 초 만에 바닥으로 낙하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두기만으로 비말에 노출될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러나 10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에어로졸 안에 있는 바이러스들은 연기처럼 몇 초∼몇 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 있어 흡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은 2m 이상 이동할 수 있고 공기정화 성능이 떨어지는 실내에 축적돼 슈퍼전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린스턴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대화를 할 때 생성되는 공기 분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공
미국 프린스턴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대화를 할 때 생성되는 공기 분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공

한편 실내에서 일상적인 대화만 나눠도 말하는 사람 입에서 나온 비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프랑스 몽펠리에대 공동 연구팀은 평범한 대화 과정에 발화자의 입에서 작은 비말들을 빠르게 전파시키는 고깔 모양의 공기 분출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25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무증상 환자가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웃을 때 생성된 비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스톤 교수 연구팀은 실내공간에서 일상적인 대화 과정에 생성된 비말들이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고속촬영 카메라를 사용해 몇 가지 다른 문장을 말하는 동안 나오는 작은 비말들의 움직임을 촬영한 결과 알파벳 피(P)와 같은 파열음이 발화자의 앞에 공기덩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각각의 공기덩이는 발화자 앞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이들 소용돌이가 상호작용해 고깔 모양의 공기 분출을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이 공기 분출이 작은 입자들을 발화자로부터 쉽고 빠르게 이동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 제1저자인 몽펠리에대의 마누 아브카리언 연구원은 "짧은 문장이라도 몇 초 만에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m 격리 거리 너머까지 입자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말의 비행 거리는 대화 시간에 비례해 오랫동안 말할수록 입자들은 멀리 갈 수 있다. 연구팀은 2m 거리 두기는 양호한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실내공간에서 충분한 방역 구실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스톤 교수는 “만약 큰 소리로 30초 동안 말하면 2m 넘게 떨어져 있는 대화 상대자에게도 에어로졸을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는 공기정화장치와 마스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마스크는 발화자의 입에서 생성되는 고깔 모양의 공기 분출을 차단하며 30㎝ 이상 먼 거리까지 비말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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