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가을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낙엽이 3∼6일 앞당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일 오후 단풍이 든 남산 순환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늦춰져 낙엽이 지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무들이 오히려 더 일찍 낙엽을 떨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중순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전망,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가을은 9월23일 시작했으나, 최근 10년(2009~2018년)에는 9월27일로 4일 늦춰졌다”며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RCP8.5) 2071~2100년에는 여름 길이가 최근 10년보다 42일이 늘어나 그만큼 가을이 늦게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서울 지역의 과거 계절 길이 변화와 향후 예측. 최영은 건국대 교수 제공
또다른 연구는 2001~2010년 가을은 9월18일에 시작해 11월24일 끝난 반면 대표농도경로 8.5(RCP8.5)에서는 21세기 말에 가을이 10월11일에 시작해 12월8일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연구들도 추세가 비슷해 온난화가 지속되면 가을 시작이 2∼3주 늦춰질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와 독일 공동연구팀은 30일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낙엽이 오히려 3∼6일 일찍 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중부 유럽 3800곳에서 43만 그루의 나무에서 낙엽을 관찰한 기록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빛과 이산화탄소 농도 조건의 실험, 컴퓨터 수학모델 등으로 연구했다. 마로니에,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잎갈나무, 떡갈나무, 마가목 등 6종의 낙엽수가 연구 대상이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유럽에서 성장 시기 곧 봄철 길이를 늘려 봄에 새잎이 100년 전보다 2주일가량 일찍 나오게 한다고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콘스탄틴 조너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는 “이전 연구들은 온도가 점점 상승해 가을이 늦춰져 성장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며 “하지만 우리 연구 결과는 이번 세기말에 나뭇잎들이 3∼6일 일찍 낙엽이 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수렴됐다”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봄과 여름에 이산화탄소와 기온, 일조량이 늘어나 생산능력이 증가하면 나무들이 일찍 낙엽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무가 낙엽지게 하는 주요 요소는 가을철 기온과 일장(낮의 길이) 두 가지가 꼽혀왔다. 조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3의 조건으로 ‘생산성 자율 제약’이라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로 봄과 여름 길이가 늘어나 나무들이 두 계절에 광합성을 통해 충분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면 나무들이 일찍 낙엽이 진다”며 “사람들이 일찍 먹기 시작해 충분히 배를 채우고 나면 더는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예측과 달리 가을이 앞당겨진다는 것은 나무에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탄소가 덜 저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가 담당하던 지구온난화 제동 구실이 약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얼추 줄어드는 탄소량을 10억CO₂t(이산화탄소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독일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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